[특별기고]통합 광주전남에서 대한민국 '첫 노벨과학상'을 키워내자

최용국 전남대학교 명예교수(1.5도씨 포럼 회장).
최용국 전남대학교 명예교수(1.5도씨 포럼 회장).

-메가시티 출범과 과학기술 르네상스의 시작

2026년 7월 1일, 대한민국 지방자치 역사의 새 장이 열렸다.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가 행정·경제적 협력을 통합 플랫폼으로 격상시키며 '통합 광주전남 메가시티'가 공식 출범한 것이다. 인구 300만, 면적 1만2000㎢에 달하는 이 거대 지역 공동체는 이제 단순한 행정 통합을 넘어 경제·과학·문화의 통합적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

때마침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광주를 찾아 천명한 서남권 첨단산업 육성 비전과 삼성전자·SK하이닉스·앰코코리아의 역사적 투자 선언이 그 도약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 그 도약의 정점에 대한민국 최초의 노벨과학상이 있어야 한다고 필자는 믿는다.

-국가가 선택한 서남권, 896조원의 의미

지난 6월 30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는 통합 광주전남의 위상을 국가 전략 차원으로 격상시킨 분수령이었다. 이재명 대통령 주재 하에 산업부·재정경제부·과기부·국토부·기후에너지환경부 등 5개 부처 장관과 삼성전자·SK하이닉스·앰코코리아 대표가 한자리에 모여 '서남권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하였다.

투자 규모는 총 896조원에 달한다. SK하이닉스가 약 470조원을 투입해 반도체 메모리 메인 팹 2기와 1기가와트(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삼성전자가 425조원으로 반도체 메모리 팹 2기와 국가 AI 컴퓨팅센터를 건설한다. 앰코코리아는 1조원을 투자해 광주에 첨단 패키징 팹을 증설한다. 두 반도체 대기업이 메모리 팹 건설에만 800조원, 데이터센터·컴퓨팅센터 등에 95조 을 별도 투입하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의 말대로 896조 원의 투자는 서남권, 더 나아가 대한민국 전체의 경제 지도를 새로 쓰는 수준이다.

팹 후보지로는 광주 군 공항 일원, 광주 첨단 3지구, 전남 해남군 산이면 솔라시도 부지 등 세 곳이 거론되고 있다. 정부는 산단 조성 기간을 현재의 절반인 5년 이내로 단축하고 전력·용수 등 기반시설 구축 비용을 최대 100% 지원하며, 기업과 근로자에 대한 지역별 차등세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는 반도체특별위원회와 반도체 혁신성장지원단도 설치된다. 이는 국가가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의 성공을 직접 책임지겠다는 선언이다.

특히 주목할 것은 정부가 전남대 캠퍼스혁신파크·광주 도심융합특구·광주과학기술원(GIST) 등을 연계한 산학연 혁신허브를 이 첨단도시 안에 공식 배치하기로 한 점이다. 대규모 양산·기술 실증·연구 기능이 융합된 '기업형 첨단도시'에 대학과 연구기관이 제도적으로 편입됨으로써 통합 광주전남의 산·학·연 생태계는 사실상 국가가 설계한 혁신 플랫폼 위에 올라서게 되었다.

-통합 광주전남, 이미 세계적 과학 역량을 품고 있다

통합 광주전남의 과학기술 잠재력은 결코 과소평가되어서는 안 된다. GIST는 설립 30년 만에 세계 상위 1% 피인용 논문 비율에서 국내 최고 수준을 기록하며, 광(光)융합·에너지·환경 분야에서 국제 학술계를 선도하고 있다.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켄텍·KENTECH)는 탄소중립이라는 인류적 과제를 정면으로 다루는 특수목적 연구대학으로, 에너지 전환 분야의 핵심 지식을 생산하고 있다.

전남대학교는 이근배 총장 체제에서 인공지능(AI) 거점대학으로의 전환을 본격 추진하면서 동시에 산업 현장 수요에 응답하는 대대적인 학과 개편을 단행하고 있다. 첨단산업융합대학 내에 에너지공학부, 반도체첨단패키징학과(가칭), 미래모빌리티학과를 신설하여 에너지·반도체·모빌리티 전 분야를 아우르는 인재 양성 체계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특히 GIST·켄텍과 'AI 리서치 트라이앵글'을 형성하여 지역 내 연구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있다. 딥마인드의 알파폴드가 단백질 구조 예측의 패러다임을 바꾸며 2024년 노벨화학상으로 이어졌듯, AI와 기초과학의 결합은 이미 노벨상의 새로운 문법이 되었다.

지역 대학들의 분야별 특화 역량도 주목할 만하다. 조선대학교는 의학·치의학·공학 분야에 걸쳐 탄탄한 연구 기반을 갖추고 있으며, 국립목포대학교는 해양·조선·신소재 분야에서 서남해안이라는 지리적 이점을 연구 자산으로 전환해 왔다. 국립순천대학교는 생명과학·농생명 분야의 특성화로 생태·환경 연구의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 대학이 GIST·켄텍·전남대와 분업·협력하는 구조를 갖출 때, 통합 광주전남의 과학 생태계는 비로소 완전한 층위를 갖추게 된다.

-반도체·핵융합·AI, 세계 유일의 삼각 인프라

896조 원의 산업 투자와 함께, 통합 광주전남에는 기초과학의 관점에서도 세계 어느 지역도 갖추지 못한 삼각 인프라가 동시에 집결하고 있다. 광주·해남의 삼성·SK 반도체 팹과 AI 데이터센터·컴퓨팅센터, 나주시의 정부 지원 핵융합('인공태양') 연구시설, 그리고 해남 삼성SDI의 대규모 에너지·데이터 인프라가 그것이다.

나주의 핵융합 연구시설은 기후위기 시대 인류의 궁극적 에너지 해법으로 주목받는 분야다. 이 시설은 켄텍·GIST의 에너지 연구 역량과 결합하여 세계적 수준의 플라즈마·핵물리 연구 거점으로 성장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 SK의 1GW AI 데이터센터와 삼성의 국가 AI 컴퓨팅센터는 지역 대학의 AI 연구, 기후·해양 빅데이터 분석, 신소재 시뮬레이션에 직접 활용될 수 있는 세계적 수준의 연산 자원이기도 하다. 반도체 소재·공정 연구가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현장과 직결되는 환경은 말할 것도 없다.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6월 30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정부 및 기업 대표들이 MOU 체결식을 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6월 30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정부 및 기업 대표들이 MOU 체결식을 하고 있다.

-노벨상은 어떤 환경에서 나오는가

노벨과학상은 단순한 논문 실적의 함수가 아니다. 2000년대 이후만도 물리·화학·생리의학 분야에서 20명이 넘는 수상자를 배출한 일본의 배경에는 세 가지가 있었다. 수십 년에 걸친 흔들림 없는 기초과학 투자, 연구자가 10~20년을 한 주제에 몰입할 수 있는 제도적 보호, 그리고 교토대·나고야대·도호쿠대 같은 지방 거점 대학을 중심으로 형성된 분산형 혁신 생태계가 그것이다. 통합 광주전남은 지금 이 세 가지 조건을 동시에 갖출 수 있는 역사적 기회의 시점에 서 있다.

-네 가지 전략적 과제

첫째, 기초과학 장기투자 체계의 확립이다. 산업 투자와 기초과학 투자는 함께 가야 한다. 896조원의 민간 투자가 뿌리를 내리려면 그 아래에 기초연구의 토양이 깊게 형성되어야 한다. 통합 출범과 함께 광주시·전남도는 공동으로 '기초과학 장기지원 특별기금'을 설치하고, 최소 10년 단위로 지역 연구팀을 지원해야 한다. 단년도 성과 평가에 쫓기는 연구자는 패러다임을 바꾸는 발견을 이룰 수 없다. 이 기금은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단 추가 설치, 과기정통부의 지역 기반 기초과학 육성 사업과 반드시 연동되어야 한다.

둘째, 젊은 과학자 육성 파이프라인의 구축이다. 노벨상은 수십 년의 연구가 결실을 맺는 것이므로, 오늘의 투자는 반드시 미래 세대를 향해야 한다. 통합 광주전남교육청, GIST·켄텍·전남대·조선대·국립목포대·국립순천대, 그리고 지자체가 공동으로 '통합 광주전남 영재과학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을 제안한다. 초·중·고 과학 영재 조기 발굴, 대학·대학원 연계 인턴십과 멘토링, 해외 유수 연구기관 파견을 하나의 연속적 체계로 엮어야 한다. 전남대가 신설하는 에너지공학부·반도체학과가 이 파이프라인의 핵심 관문이 될 수 있으며, 정부가 추진 중인 '남부권 반도체 공대' 설립도 이 흐름에 함께 편입되어야 한다.

셋째, 반도체·핵융합·AI를 축으로 한 산·학·연 지식 순환 구조의 완성이다. 정부는 이미 전남대 캠퍼스혁신파크와 GIST를 반도체 첨단도시의 산학연 혁신허브로 공식 연계하기로 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나주 핵융합 연구시설, SK·삼성의 AI 데이터센터·컴퓨팅센터, 켄텍의 에너지 소재 연구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통합 광주전남 과학혁신 클러스터'를 완성해야 한다. 기업과 연구시설은 기초연구의 문제를 제공하고, 대학은 해법을 탐구하며, 지자체는 이 순환을 촉진하는 중개자 역할을 맡아야 한다.

넷째, 탁월한 연구자가 정착하고 싶은 환경 조성이다. 정부는 이미 첨단도시내 교통·주거·교육·여가를 비롯한 정주 여건 지원을 약속하였다. 이 계획이 연구자와 그 가족의 눈높이에 맞게 구체화되어야 한다. 국제학교 유치, 외국인 연구자 주거 지원, 의료·문화 인프라 확충, 그리고 해외 한인 과학자 및 외국인 석학을 유치하는 '글로벌 석학 초빙 프로그램'의 상설화가 뒤따라야 한다.

-정부의 역할, 분산형 과학 대국으로의 전환

대한민국의 과학기술 투자는 지나치게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었다. 이번 서남권 896조원 투자는 그 구조를 바꾸는 첫 번째 의미 있는 실험이다. 일본이 지방 대학 중심의 분산형 생태계에서 노벨상을 쏟아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명확한 방향을 가리킨다. 중앙정부는 이번 투자의 기세를 이어받아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단의 지역 추가 배치, 지방 대학 기초과학 지원 특별법 제정, 지역 거점형 국가과학기술 클러스터 육성 정책을 본격화해야 한다.

반도체·핵융합·AI라는 세계적 수준의 인프라가 집결하는 이 지역에 기초과학 투자가 더해진다면, 그 파급 효과는 수도권 집중 투자와는 차원이 다른 혁신의 지렛대가 될 것이다.

-노벨상은 결과다. 그러나 환경은 우리가 만든다

노벨과학상을 직접 목표로 설정하는 것은 어리석다. 그러나 노벨상 수상자가 탄생하는 환경을 의도적으로 조성하는 것은 지극히 현명한 정책이다. 통합 광주전남의 연구자들이 세상을 바꾸는 질문에 오롯이 몰입할 수 있을 때, 노벨상은 그 자연스러운 결실로 따라올 것이다.

교토에서, 나고야에서, 삿포로에서 노벨 수상자가 나왔다. 이제는 통합 광주전남에서 나올 차례다. 국가의 선택과 896조원의 투자, 대학의 혁신이 한 방향으로 정렬된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위에 기초과학의 씨앗을 깊이 심는 것이다. 7월 1일, 새 출발선에 선 통합 광주전남이 그 웅대한 꿈을 현실로 만드는 첫걸음을 힘차게 내딛기를 기대한다.

최용국 전남대학교 명예교수(1.5도씨 포럼 회장) ykchoi@jnu.ac.kr

광주=김한식 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