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업황은 여전히 뜨겁다. 마이크론은 최근 실적 발표에서 시장 예상치를 훨씬 웃도는 성과를 내며 반도체 수요 둔화 우려를 잠재웠고, 내년까지 공급 부족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올해 2분기 역대 최대 실적 경신이 예상된다. 당장은 한국 메모리 기업에 우호적인 상황이다.
다만, 메모리 산업의 진짜 시험대는 호황이 아니라 그 이후에 찾아온다. 수요가 꺾이고, 증설 물량이 시장에 풀리고, 가격이 흔들리는 국면에서 누가 더 오래 버티느냐가 경쟁력을 가른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공급 과잉 대응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일이다.
가장 큰 변수는 중국이다. 낸드 분야 한·중 기술 격차가 사실상 거의 좁혀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선 D램은 고대역폭메모리(HBM) 덕분에 한국 기업이 약 3년가량 앞서 있다고 관측하지만, 이를 제외하면 격차가 1년 안팎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제재로 최선단 공정 접근이 제한되면서 중국은 반도체 전 분야에서 자립 기반을 넓히는 데 속도를 낸다.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SMIC가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화홍반도체 계열사도 7나노 생산을 준비하며 중국 내 생산 기반을 키우고 있다. 설계 분야에서는 화웨이가 로직폴딩 구상을 제시하며 선단 공정 의존도를 낮추려고 한다.
생산능력 확대, 공정 자립을 뒷받침할 기반도 넓어진다. 메모리 분야에서는 중국 D램과 낸드플래시 대표 기업인 창신메모리(CXMT)와 양쯔메모리(YMTC)가 상장을 통해 생산능력 확대와 첨단 반도체 개발 자금 확보에 나섰다. 장비 국산화율도 한 자릿수에서 지난해 23%까지 높아졌다.
한국 반도체 산업은 고부가 제품에서 기술 격차를 더 벌리고, 소재·부품·장비 생태계의 방어력도 함께 키워야 한다. 호남 반도체 투자 역시 형식적 선언이 아닌, 한국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확실한 계획과 실행 속에서 추진돼야 한다. 중국이 정책 자금과 시장 자금, 장비 국산화를 동시에 밀어붙이는 동안 한국이 현재 호황에만 기대면 장기전에서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