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하는 지금, 초중등에서 AI 교육을 제대로 실시하지 않는다면 교육 격차는 점점 심해질 수밖에 없다.
2023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글로벌 컴퓨터 교육자 컨퍼런스에서 AI교육을 위한 새로운 조직이 런칭됐다. 글로벌 AI교육 정책과 가이드를 개발하여 보급하는 'TeachAI'가 발족한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학생들이 무료로 코딩을 배울 수 있는 code.org가 주축이 돼 AI 교육기관을 출범하는 행사였다. 기조 강연에서 'AI를 활용하는 능력이 아이들에게 필수 능력이 될 것인데, 이미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 강조됐다.
2025년 유럽연합과 OECD가 발표한 '초중등 학생을 위한 AI Literacy Framework' 보고서(2025)에는 아이들은 이미 AI와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공평하게 AI를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AI 교육은 어떤 방향이어야 할까?
AI 교육을 말하면 단순히 AI 도구나 서비스를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라는 오해가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우리나라 교육계에서는 2000년대 초반 지금과 비슷한 상황을 겪은 적이 있다. 당시 정부에서는 '컴퓨터를 가장 잘 쓰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발표하고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에 이르기까지 정보통신기술(ICT) 교육을 실시하게 됐다.
이때 컴퓨터 교육은 인터넷, 파워포인트, 엑셀 사용법 등 가르치는 것이라는 주장이 팽배했고,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응용 소프트웨어 사용법 중심의 컴퓨터 교육이 도입됐다. 단순한 활용 중심의 교육은 오래가지 못했고, 2005년 컴퓨터 과학 중심의 내용으로 개편됐으나 제대로 적용되지 못하고 2008년 말을 기준으로 공식 폐기된다. 컴퓨터 기술은 교육보다 빠르게 발전하기 때문에 기술을 따라가는 교육을 하게 되면 본질을 잃고 매번 새로운 기술에 따라 표류하는 양상이 전개된다.
ICT교육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컴퓨터 교육, AI 교육을 단순한 사용법 교육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2005년 컴퓨터 교육을 바로잡고자 시도했던 사고력, 문제해결력 중심의 전환은 2009 개정교육과정에서 '정보 교육과정'에 반영되어 '컴퓨팅 사고력'을 함양하는 교육으로 자리 잡게 된다.
컴퓨터 교육을 통해 사고력과 문제해결력을 길러주려는 시도는 1980년대 MIT의 AI 개발자였던 시모어 패퍼트(Symour Papert)에 의해 시작됐다. 컴퓨팅 사고력(Computational Thinking)을 처음 제안했던 사람이 바로 패퍼트이다. 컴퓨터, AI 교육의 목표는 단순히 사용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아니라, 컴퓨팅 파워(AI를 포함한)를 통해 자신의 아이디어를 표현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을 길러주는 것이다.
20세기에 반드시 익혀야 할 문제해결력이 수학, 과학 교육을 통해 길러지는 것처럼 21세기 문제해결력은 컴퓨팅 사고력을 통해 길러질 수 있다. 2024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데미스 하사비스나 물리학상을 수상한 제프리 힌튼은 AI 개발자다. 이는 컴퓨팅 사고력이 문제해결과 결합될 때 어떤 성취가 가능한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따라서 올바른 AI 교육의 지향점은 AI를 통한 문제해결력 교육으로 설정하는 것이 좋으며, 이런 방향성이 모든 아이들에게 닿으려면 공교육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우리나라에서 추구하는 공교육의 목적은 아이들이 민주시민으로서 올바르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고,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다. 스스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핵심 지식과 역량을 길러주는 것이 필요하다.
핵심 지식 중 하나인 수학의 경우, 1900년대까지는 소수의 엘리트를 위한 교육이었고, 1900년대 중반에 이르러서야 일반 교육에 도입되기 시작했다. 수학, 과학 교육은 수십년에 걸쳐 보편화 됐지만, AI 교육은 그럴 시간이 없다. AI는 이미 아이들의 일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공교육 차원에서 AI 교육은 모든 아이들에게 공평하고 공정하게 제공해야 한다.
◆김수환 총신대 교수
현재 한국컴퓨터교육학회 부회장, 한국정보과학교육연합회 이사,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자문위원을 역임하고 있다.
권미현 기자 m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