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높은 광전변환효율과 가벼운 무게, 저비용 제조 가능성으로 차세대 태양광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진공 증착 공정은 대면적 제조에 적합하고, 박막의 두께와 조정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어 상용화에 매우 유리하다.
하지만 진공 증착 공정으로 제작된 페로브스카이트 박막은 용액 공정 대비 표면 결함으로 인한 비복사 재결합을 더 많이 유발해 태양전지의 효율을 떨어뜨리고, 장기 안정성 저하 문제가 발생해 상용화의 주요 한계로 지적돼 왔다.
이러한 기술적 난제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해법이 전북대학교 나석인 교수와 권성남 연구교수팀(유연인쇄전자전문대학원)에 의해 제시됐다. 연구팀은 진공 증착 기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효율과 안정성을 동시에 향상시키는 '이중 패시베이션' 기술을 개발했다고 1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박사과정 모하마드호세인 코한이 제1저자, 이상헌, 자스윈더 싱 이 공동저자로 수행했으며, 재료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터리얼즈'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페로브스카이트 박막 표면의 결함을 단계적으로 제어하는 '앵커-앤-실' 전략을 제안했다. 먼저 에틸렌디아민다이암모늄 아이오다이드를 도입해 표면 결함에 강하게 결합시키는 '앵커'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고, 이어 4-메톡시-페네틸암모늄 아이오다이드를 적용해 잔여 결함과 미세한 빈 공간을 메우는 '실' 기능을 구현했다. 두 물질의 상호보완적 작용을 통해 기존 단일 패시베이션 방식보다 효과적으로 결함을 억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론 계산과 다양한 첨단 분석을 통해 해당 구조의 작동 원리도 규명됐다. 이중 패시베이션이 적용된 계면에서는 결함 밀도가 크게 감소하고 비복사 재결합이 억제되며, 전하 추출과 에너지 준위 정렬이 동시에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광전류와 전압 손실을 줄여 전체 소자 성능 향상으로 이어졌다.
실제 소자 성능에서도 뚜렷한 개선이 확인됐다. 연구팀이 개발한 태양전지는 최고 광전변환효율 20.59%를 기록했으며, 질소 분위기에서 1000시간 보관 후에도 초기 성능의 94%를 유지했다. 연속 광조사 조건에서 200시간 구동 후에도 초기 효율의 90%를 유지하며 안정성 측면에서도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
대면적 적용 가능성 역시 입증됐다. 2.4㎠ 크기의 페로브스카이트 미니모듈에서 18.46%의 효율을 달성하며 이 기술이 실험실 수준을 넘어 실제 제조 공정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진공 증착 공정은 균일한 박막 형성과 대면적 생산에 유리한 만큼, 이 연구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상용화를 위한 기술개발에 중요한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나석인 교수는 “진공 증착 공정은 태양전지 상용화에 가장 유망한 방식 중 하나지만 표면 결함 제어가 핵심 과제로 남아 있다”며 “이번 연구는 합리적으로 설계된 이중 패시베이션 전략을 통해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성능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 중요한 성과”라고 연구 의미를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NRF)과 한국전력공사(KEPCO)의 지원을 받아 수행했다.
전주=김한식 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