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차이나] '재생에너지 50%' 시대 연다…中, 전력 시스템 전면 개편 착수

생성형 AI 이미지.
생성형 AI 이미지.

중국이 차기 에너지 전환 청사진을 내놨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국가에너지국이 최근 발표한 '제15차 5개년 신에너지 시스템 건설 계획'은 2030년까지 비화석에너지 소비 비중을 25%로 끌어올리고, 풍력·태양광 설비용량 비중을 50%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을 핵심 목표로 제시했다. 비화석에너지 발전 비중도 50%까지 높이고, 국가 통합 전력시장을 사실상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겉으로 보면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지만, 실제로는 중국 전력산업 전반의 사업모델을 바꾸는 구조개혁에 가깝다. 전력시장 운영 방식은 물론 석탄화력발전 역할과 신재생에너지 기업 수익모델까지 모두 재설계하는 작업이 시작됐다는 의미다.

우선 가장 큰 변화는 전력시장이다. 중국은 지난 10여년간 전력시장 개혁을 추진하면서 시장거래 전력 비중을 64%까지 끌어올렸고, 지역 간 전력 거래와 지방 현물시장도 대부분 구축했다. 그러나 여전히 성(省) 간 거래와 성내 거래가 서로 다른 규칙으로 운영되고, 지역별 보호주의가 남아 있어 전국 단일시장으로 기능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정부가 2030년까지 시장거래 비중을 약 70%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한계를 해소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단순히 거래 규모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지역마다 다른 거래 규칙과 가격체계를 통합하고, 전력을 전국 단위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시장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시장 기능도 보다 세분된다. 지금까지는 전기를 판매하는 시장이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전력 공급뿐만 아니라 계통 안정화와 예비력, 피크 조정, 친환경 가치까지 각각 가격을 인정받는 방향으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질수록 출력 변동성을 조절하는 서비스 가치가 커지기 때문이다.

이번 계획에서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대목은 석탄화력발전 역할 변화다. 계획은 석탄 화력을 '기본 전력원'에서 '지원·조절 전력원'으로 전환하겠다고 명시했다. 이는 석탄 발전이 더 이상 전기를 많이 생산해 수익을 내는 산업이 아니라 필요할 때 즉시 가동할 수 있는 예비 전원으로 기능해야 한다는 의미다.

풍력과 태양광 발전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한낮에는 전력 공급이 넘쳐 전력 가격이 급락하고, 해가 진 이후에는 공급이 부족해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결국 계통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석탄 화력이 언제든 가동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해야 하지만, 실제 발전량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문제는 수익구조다. 발전소는 대기 상태에서도 설비 유지비와 인건비, 감가상각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따라서 앞으로는 발전량이 아니라 준비된 설비 자체 가치를 인정하는 용량 시장(Capacity Market) 구축이 필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정부 역시 독립형 에너지 저장 설비를 포함한 용량 가격 제도를 도입하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다. 적절한 보상체계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전력공급 안정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신재생에너지 산업 역시 새로운 성장통을 겪고 있다. 2025년 말 기준 풍력과 태양광 설비용량은 전체 발전설비의 47.3%를 차지하며 화력발전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그러나 실제 발전량 비중은 22.1%에 그친다. 설비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발전 시간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2030년까지 풍력·태양광 설비용량을 30억㎾ 이상으로 확대하면서도 발전량 목표를 30% 수준으로 제시한 것도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다.

수익성 악화도 부담이다. 재생에너지 공급이 급증하면서 전력 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발전량은 늘어도 판매단가는 떨어지고, 송전망 부족으로 생산한 전기를 활용하지 못하는 출력 제한도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이는 발전소를 많이 짓는 것만으로는 에너지 전환이 완성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때문에 정부는 향후 5년 동안 전력망 투자에만 약 5조위안을 투입해 서부와 동부를 연결하는 초고압 송전망을 확대하고, 양수발전과 신형 에너지 저장 설비를 대폭 확충할 계획이다. 분산형 전원을 수용할 수 있는 배전망도 함께 개선해 재생에너지 소비 기반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동시에 신재생에너지 기업 수익원을 다변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데이터센터와 첨단 제조업체가 발전사업자와 직접 전력을 거래하는 모델을 확대하고, 스마트 마이크로그리드와 제로 탄소 산업단지 조성을 지원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녹색인증서와 탄소배출권 거래가 활성화되면 발전사업자는 전력 판매뿐만 아니라 탄소 감축이라는 환경 가치에서도 추가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계획은 결국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 자체보다 이를 뒷받침할 시장과 제도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국 단일 전력시장 구축, 석탄 화력의 새로운 보상체계, 신재생에너지의 안정적인 수익모델이 함께 자리 잡아야만 중국이 제시한 2030년 목표도 현실화할 수 있다. 향후 5년은 발전설비를 얼마나 더 짓느냐보다 전력 시스템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재설계하느냐가 중국 에너지 전환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전자신문과 36케이알이 공동 기획한 기사입니다.

김현민 기자 min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