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차이나] 中 반도체 장비 산업, '국산화 2막' 진입… “이제는 상징보다 실력 경쟁”

생성형 AI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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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 장비 산업이 국산화 초기 단계를 넘어 본격적인 기술 경쟁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주요 장비 기업들이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앞으로는 단순한 국산 대체를 넘어 글로벌 경쟁사와 기술 격차를 좁혀야 하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 IT 전문매체 36Kr는 최근 중국 반도체 장비 산업이 '2단계 경쟁', 이른바 '국산화 2막'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보도에 따르면 2025년 실적 공시 시즌을 거치면서 중국 주요 반도체 장비 기업들은 매출과 수익성 측면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기록했다. 식각 장비를 주력으로 하는 중웨이와 종합 반도체 장비 기업 베이팡화창, CMP(화학적 기계적 연마) 장비 기업 토징 등은 식각, 증착, CMP, 첨단 패키징 분야에서 사업 규모를 확대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러한 성과가 오히려 더 어려운 경쟁의 시작을 의미한다고 보고 있다. 초기 국산화 단계에서는 해외 장비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했다는 사실 자체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제는 반도체 제조기업들이 단순히 국산 장비라는 이유만으로 제품을 채택하지 않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파운드리와 메모리 제조사들은 장비 도입 과정에서 수율 안정성, 장기 신뢰성, 공정 전환 속도, 유지보수 능력, 다른 장비와 연계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결국 앞으로의 경쟁은 '장비를 만들 수 있는가'가 아니라 '고객이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인가'를 입증하는 과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36Kr는 중국 장비 기업들이 최근 플랫폼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단일 장비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 아래, 습식 공정 장비와 건식 공정 장비, 검사·계측 장비, 첨단 패키징 장비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며 종합 솔루션 제공 능력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제품군 확대를 넘어 반도체 공정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고객 입장에서는 여러 장비를 하나의 공급망 안에서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고, 장비 업체는 고객과 접점을 확대하며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접근 방식이 중국 제조업의 전형적인 성장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고 평가한다. 특정 기술 분야에서 단기간에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하기보다, 먼저 폭넓은 제품군과 공급망 네트워크를 구축한 뒤 이를 기반으로 기술력을 점진적으로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반도체 장비 산업에서도 중국 기업들은 광범위한 포트폴리오 확보를 통해 고객 기반을 넓히고, 이후 세부 성능과 공정 대응 능력을 개선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첨단 패키징 분야에 대한 투자 확대도 눈길을 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증가로 패키징과 테스트, 이종 집적 기술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중국 기업들은 전통적인 전공정 장비뿐만 아니라 후공정 영역에서도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이는 기존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신규 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한국 역시 반도체 경쟁력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뿐만 아니라 장비와 소재, 공정 소프트웨어, 패키징, 제조 기술을 포함한 전체 생태계 차원의 경쟁력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장비는 눈에 잘 드러나지 않지만 산업 경쟁력을 떠받치는 핵심 기반”이라며 “중국이 장비 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는 것은 단순한 국산화 차원을 넘어 독자적인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반도체 장비 산업은 이제 상징적 국산화 단계를 지나 실질적인 경쟁력 검증 단계에 들어섰다.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만큼 앞으로는 기술력과 신뢰성, 생태계 구축 능력을 둘러싼 더욱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신문과 36케이알이 공동 기획한 기사입니다.

김현민 기자 min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