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기고〉AI 시대 초등학교 정보교육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한국정보교육학회, 유·초등 정보교육과정 개발… 초등 저학년부터 디지털·AI 기초소양 길러야
신승기 서울교육대학교 정보교육과 교수.
신승기 서울교육대학교 정보교육과 교수.

최근 방영된 KBS 다큐멘터리 '인재전쟁'은 한국 사회에 적지 않은 질문을 던졌다. 지난해 방영된 '공대에 미친 중국, 의대에 미친 한국'은 중국의 공학 인재 육성 체계와 한국의 의대 쏠림 현상을 대비시키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어 최근 방송된 '인재전쟁2'는 피지컬 AI, 휴머노이드, 드론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속도를 높이고 있는 중국의 현장을 보여주었다. 특히 1부에서 소개된 중국 저장성 승리초등학교 사례는 우리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초등학생들이 인공지능(AI)을 단순히 체험하는 수준을 넘어 인공신경망의 개념을 배우고, 데이터와 AI의 작동 원리를 학교 교육 안에서 경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장면은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을 보여준다. AI 시대의 인재 양성은 대학이나 고등학교에서 갑자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초등학교 단계에서부터 디지털 기술의 원리, 데이터에 대한 이해, 알고리즘적 문제 해결, AI의 작동 방식, 디지털 사회의 책임을 체계적으로 배워야 한다는 점이다. AI를 잘 쓰는 능력만으로는 미래사회를 준비하는데 충분하지 않으며, AI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고 AI가 만든 결과를 비판적으로 판단하며 인간과 AI가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배워야 함을 시사한다.

'인재전쟁2' 3부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제시한 AI 시대의 역량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최 회장은 AGI와 에이전틱 AI 시대로 갈수록 기존의 지식 암기 중심 경쟁력은 약화되고 스스로 질문하고 사고하는 '생각 근육', 변화에 적응하고 다시 시도하는 '적응 근육', 인간만의 관계와 정서를 이해하는 '공감 근육', 신체적 활동과 창작을 통해 가치를 만드는 '바디 스킬'이 중요해진다고 강조했다. 이는 결국 학교 교육이 지식 전달을 넘어 문제를 발견하고 데이터를 해석하며 기술을 비판적으로 활용하고 인간다운 판단을 기르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 초등학교 정보교육의 제도적 기반은 이러한 변화에 충분히 대응하기 어렵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디지털 기초소양과 AI 교육의 중요성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초등학교 정보교육 시수가 확대되는 등 이전 교육과정보다 진전이 있었다. 하지만 실제 편제와 운영 구조를 들여다보면 여전히 한계가 크다. 현재 초등학교 교육과정에서 정보교육은 독립 교과가 아니라 실과 교과 내 한 영역인 '디지털 사회와 인공지능'에 반영되어 있다. 이 영역은 기본적으로 5~6학년 실과 안에서 17시간에 해당하며 추가로 17시간에 해당하는 내용은 부록 형태로 제시되어 학교자율시간, 창의적 체험활동, 관련 교과와의 연계 등을 통해 편성·운영하도록 되어 있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국가 교육과정상 정보교육을 34시간 이상 운영하도록 방향을 제시하더라도, 그중 상당 부분이 학교자율시간 등에 맡기면 학교별 편차가 커질 수밖에 없다. 어느 학교는 교육과정 재구성 역량과 교원 전문성, 실습 환경을 바탕으로 충실히 운영할 수 있지만, 다른 학교는 시수 편성과 교원의 확보, 기자재 환경, 교재 부족 등의 이유로 최소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 정보교육이 미래 사회의 기초소양이라면 학생이 어느 학교에 다니느냐에 따라 배움의 기회가 크게 달라져서는 안 된다.

또 다른 한계는 초·중등 연계의 부족이다. 중학교 정보 교육과정은 컴퓨팅 시스템, 데이터, 알고리즘과 프로그래밍, 인공지능, 디지털 문화와 같이 정보 교과의 핵심 영역을 체계적으로 다룬다. 반면 초등학교에서는 정보교육이 실과 안의 일부 영역으로 제시되어 있어 중학교 정보 교과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학습 경로와 위계가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다.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무엇을 어느 수준까지 배워야 하는지 중학교 정보 교과와 어떻게 이어지는지 초등 저학년부터 어떤 기초 경험을 쌓아야 하는지가 명확하지 않으면 학교급 간 학습의 단절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한국정보교육학회는 '2026 유·초등학교 정보교육과정'을 개발하여 배포했다. 이 교육과정은 유아 단계부터 초등학교 1~2학년, 3~4학년, 5~6학년까지 이어지는 연속적 정보교육 체계를 제안한다. 특히 중학교 정보 교육과정의 영역 체계와 연계될 수 있도록 정보교육의 내용을 '컴퓨팅 시스템', '데이터', '알고리즘과 프로그래밍', '인공지능', '디지털 문화'의 다섯 영역으로 구조화하였다. 이는 초등학생의 발달 수준에 맞게 놀이, 생활, 탐구, 창작 중심의 경험을 제공하면서도 중등 정보교육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교과적 기반을 마련하려는 시도로서 현재의 국가수준교육과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한국정보교육학회의 교육과정이 갖는 의미는 단순히 새로운 학습 내용을 나열했다는 데 있지 않다. 핵심은 초등 정보교육을 '교과로서의 학습 과정'으로 바라보았다는 점이다. 정보교육은 단지 최신의 기술을 배우고 활용하는 방법을 다루는 활동이 아니라, 학생들이 디지털 세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데이터를 읽고 알고리즘으로 사고하며 AI를 비판적으로 활용하고 디지털 사회의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기초 교과다. 이를 위해서는 학년군별 성취기준, 교수·학습 방법, 평가 방향이 학습자의 발달단계를 고려하여 위계를 기반으로 제시되어야 한다.

[에듀플러스]〈기고〉AI 시대 초등학교 정보교육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초등학교 정보교과 독립은 단순히 교과목 하나를 더 만들자는 주장이 아니며 AI 시대의 기초소양을 무엇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100여 년 전 산업혁명 이후 기초소양이 읽기, 쓰기, 셈하기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다면, AI 시대의 기초소양은 2022개정교육과정의 총론에서 디지털 소양을 포함하였듯이 데이터 읽기, 알고리즘적 사고, AI에 대한 이해, 디지털과 AI에 대한 책임과 윤리 등을 포함해야 한다. 이러한 역량은 초등학교 고학년 일부 단원이나 학교자율시간 등을 활용한 학교단위의 재량적인 편성만으로 충분히 길러지기 어려우며,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학생의 발달 단계에 맞게 지속적으로 경험하고 축적해야 한다.

물론 정보교과 독립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안정적인 수업 시수 확보, 초등 교원의 정보교육 전문성 강화, 교재와 교수·학습 자료 개발, 실습 환경 구축, 학교급 간 교육과정 연계 체계 마련 등이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과제가 있다는 이유로 정보교육의 독립과 체계화를 미룰 수는 없다. 오히려 독립 교과로서의 위상을 분명히 해야 교원 양성, 연수, 교재 개발, 평가 체계, 교육 인프라가 일관되게 마련될 수 있다.

지금 전 세계는 AI 인재를 둘러싸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그러나 인재전쟁의 출발점은 대학 입시나 산업 현장만이 아니다. 초등학교 교실에서 학생들이 어떤 질문을 배우고, 어떤 데이터를 해석하며,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어떤 태도로 AI와 디지털 기술을 대하는지가 미래 인재 양성의 기초가 된다. 중국의 초등학교에서 인공신경망을 배우는 장면이 낯설고 놀랍게 보였다면 이제 우리는 그 장면을 단순한 해외 사례로 볼 것이 아니라 우리 교육과정의 현재 위치를 비추는 거울로 삼아야 한다.

한국정보교육학회의 '2026 유·초등학교 정보교육과정' 은 이러한 문제의식에 대한 구체적 응답의 한 사례로서, 현재 초등 정보교육이 실과 내 한 영역과 학교자율시간에 분산되어 운영되는 한계를 극복하고 유아부터 초등학교 고학년까지 이어지는 체계적 정보교육의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또한 중학교 정보 교육과정과 연계되는 다섯 영역 체계를 바탕으로 초등학생에게 필요한 정보교육의 내용과 성취기준을 구체화하여 제시하였다.

이제는 정책적 추진과 결정이 중요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초등학교 정보교육을 일부 교과에 속한 하나의 영역으로 내용으로 남겨둘 것인지, 아니면 AI 시대의 필수 기초교과로 정립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모든 학생이 디지털 사회와 AI 시대를 살아갈 기본 역량을 갖추도록 하려면 초등 정보교과 독립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며, 정보교육은 미래를 위한 선택 교육이 아니라 지금 현재 학교가 책임져야 할 필수적인 기초소양교육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