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과학기술원(GIST·총장 임기철)은 윤명한 신소재공학과 교수와 심봉섭 인하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수팀이 공동으로 사용 후 벌레가 먹어 분해할 수 있는 친환경 전자소자를 개발했다고 6일 밝혔다.
소재 수준의 생분해 연구를 넘어 실제 작동하는 전자소자 전체가 분해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으로 사용 후 회수가 어려운 일회용 전자기기의 전자폐기물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최근 환경 모니터링과 바이오센서 기술의 발전으로 다양한 장소에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는 저비용 센서의 수요가 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센서는 사용 후 회수가 쉽지 않아 전자폐기물로 남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의 친환경 전자소자 연구도 개별 소재의 생분해 가능성을 확인하는 수준에 머물러 실제 소자에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바이오센서와 환경센서에 활용히는 소자인 '유기 전기화학 트랜지스터(OECT)'는 인쇄공정을 이용한 대량 생산에 유리하지만, 사용 후 폐기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동연구팀은 벌레가 섭취할 수 있는 점토 광물인 몬모릴로나이트(MMT)에 주목했다. 점토가 전기 전도성이 낮아 소자에 적용할 경우 성능 저하를 우려해 OECT에 널리 사용하는 전도성 고분자 재료인 PEDOT:PSS와 결합해 분해 가능성과 전기적 성능을 모두 갖춘 복합 소재를 개발했다.
종이 기판 기반 인쇄공정을 적용하고, 수분에 약한 종이의 단점을 보완하는 방수·보강 기술도 함께 구현했다. 이렇게 개발한 복합 소재로 실제 OECT를 제작했으며, 낮은 전압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실제로 벌레가 소자를 분해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슈퍼웜(Superworm)을 이용한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실험 기간 슈퍼웜의 생존율은 95% 수준으로 유지했다. 슈퍼웜은 △활성층 △기판 △전극 등을 포함한 3㎝×3㎝ 크기의 소자 전체를 약 1주일 만에 완전히 섭취했다. 단순히 잘게 부서진 것이 아니라 화학적 변화를 동반하는 실제 분해가 진행됐음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환경 모니터링 센서, 헬스케어 센서, 스마트 농업용 센서 등 사용 후 회수가 어려운 분야에 적용돼 전자폐기물 문제를 줄일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
윤명한 교수는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소자 전체가 벌레에 의해 분해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향후 지속가능한 전자소자 개발과 친환경 전자기기 연구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남광주=김한식 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