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휘발유값 왜 비싼가 했더니…농협 가격 담합 과징금 20.5억 제재

지난 달 15일 서울 서초구 만남의 광장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지난 달 15일 서울 서초구 만남의 광장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주지역 주유소 가격담합에 가담한 제주농협과 서귀포농협에 2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했다. 사업자단체인 한국주유소협회 제주도지회뿐 아니라 가격 결정에 적극 참여한 구성사업자까지 함께 제재한 첫 사례다.

공정위는 한국주유소협회 제주도지회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3000만원을, 제주시농협과 서귀포농협에는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20억2000만원을 부과했다고 6일 밝혔다. 전체 과징금은 20억5000만원이다.

조사 결과 제주주유소협회는 2022년 9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제주농협과 서귀포농협으로부터 다음날 휘발유·경유·등유 판매가격을 오피넷 공개 전에 미리 전달받아 기준가격을 정한 뒤 카카오톡 단체대화방과 문자 등을 통해 회원사에 통보하고 준수를 요구했다. 공정위 조사 등이 진행되는 민감한 시기에는 전화나 직접 방문으로 가격을 전달하고, 공지 내용 삭제와 외부 유출 금지를 요청하는 등 담합 정황을 숨기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공정위는 제주농협과 서귀포농협이 단순히 가격 정보를 제공한 수준을 넘어 담합을 주도했다고 판단했다. 두 농협은 협회와 함께 가격 인상·유지 수준을 결정하고, 기준가격보다 낮게 판매하는 주유소를 협회에 알려 가격 준수를 요구했다. 협회는 회원사는 물론 비회원 주유소에도 전화와 문자, 방문 등을 통해 가격 인상을 유도했다. 실제 통화 녹취에는 휘발유 가격을 50원 올리는 방안을 협의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공정위는 계통구매를 통해 일반 주유소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유류를 공급받는 농협 주유소가 가격 경쟁을 촉진하기보다 일반 주유소와 함께 기준가격을 정하고 유지하는 역할을 했다고 봤다. 제주지역 일반 주유소들은 농협 주유소보다 가격이 높으면 판매가 어렵다는 이유로 농협 가격을 기준으로 삼으려 했고, 농협 역시 자신들보다 더 낮은 가격이 형성되는 것을 막기 위해 협회와 공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주유소 업종에서 사업자단체의 가격 결정뿐 아니라 구성사업자가 가격 결정과 유지에 적극 참여한 행위까지 제재한 첫 사례”라며 “앞으로도 국민 생활과 밀접한 석유제품 시장의 담합 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