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Graphene)이 인공지능(AI) 반도체와 전기차 등 첨단산업의 고도화를 가로막는 '열(熱) 병목' 현상을 해결할 구원투수로 등판한다. 정부가 15년 이상 축적된 그래핀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상용화 로드맵을 공개하고, 수요기업과 공급기업 간 실증을 지원하는 협력 생태계 구축에 나서면서다.
산업통상부는 8일 2026 나노코리아가 개최 중인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그래핀 산·학·연 전문가들과 함께 '그래핀 산업화 네트워크' 착수 회의를 열고 '그래핀 상용화 기술로드맵'을 발표했다.
탄소 원자가 육각형 벌집 구조로 연결된 원자 한 층 수준의 2차원 나노소재인 그래핀은 구리 대비 13배 이상의 열전도성, 은 대비 1.6배의 전기전도성, 강철 대비 200배의 강도를 지녀 첨단산업의 핵심 기반 소재로 꼽힌다. 그동안 정부의 정책 투자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원천연구 성과와 세계 4위 수준의 특허 경쟁력을 확보했으나, 산업 현장으로 이어지는 상용화의 벽을 넘는 것이 과제였다.
산업부가 이번에 공개한 로드맵은 첨단산업의 기술체계가 '초미세·고집적·밀폐화'라는 극한의 구동 환경으로 전환되면서 발생하는 공통 난제, 즉 '방열(열 관리)' 문제 해결에 우선 집중했다. 성능 임계를 결정짓는 방열 문제를 그래핀의 탁월한 전도성으로 해결한 뒤, 장기적으로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미래 모빌리티, 통신·항공우주 등 6대 첨단산업 전반으로 확산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산업부는 △그래핀 소재 초격차 확보 △첨단산업 기술 한계 해소 △수요주도형 생태계 확장 등 3대 전략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2030년까지 고품질 플레이크(Flake) 그래핀의 생산 능력을 기존 연간 2톤에서 10톤 이상으로 확대하고, 화학기상증착법(CVD) 그래핀은 월 1000㎡에서 1만㎡ 이상으로 양산 체계를 고도화한다. 또 전기차 충전 인프라 및 NVH(소음·진동) 방진 소재, AI 데이터센터용 방열·차폐 시트, SiC/GaN 전력반도체 및 AI 반도체 패키징용 초고열전도 인터페이스 소재(TIM) 등 첨단산업 핵심 방열 제품을 2030년까지 5건 이상 개발해 1000억원 이상의 사업화 실적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이날 출범한 '그래핀 산업화 네트워크'는 초혁신경제 선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수요기업의 요구 물성과 품질 기준을 토대로 공동 실증 과제를 발굴하고 상용화 과정의 표준·인증·규제 애로를 해소하는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된다.
최우혁 산업부 첨단산업정책관은 “그래핀은 첨단산업을 혁신할 잠재력을 지닌 소재”라며 “이 잠재력이 산업 현장으로 이어지도록 오늘 공개한 로드맵과 산업화 네트워크를 출발점으로 실증과 초기 수요 창출을 밀착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