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코리아 2026]AI가 실험 설계하고 로봇이 수행…나노 연구 '자율실험' 시대로

제24회 국제 나노기술융합전시회(나노코리아 2026)가 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렸다. 주 리 MIT 교수가 'AI와 과학 연구의 미래'를 주제로 기조강연 하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제24회 국제 나노기술융합전시회(나노코리아 2026)가 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렸다. 주 리 MIT 교수가 'AI와 과학 연구의 미래'를 주제로 기조강연 하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인공지능(AI)이 나노소재 연구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AI가 가설을 세우고, 로봇이 실험을 수행하며, 그 결과를 다시 AI가 분석해 다음 실험을 정하는 '자율실험실'이 차세대 과학연구 플랫폼으로 부상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부는 '나노코리아 2026'을 8일부터 10일까지 3일간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개최했다.

첫날 8일 기조강연에서는 주 리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교수가 'AI와 과학연구의 미래'를 주제로 발표했다. 박상엽 LG CNS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피지컬 AI 기반 나노·첨단 산업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했다.

AI 기반 재료과학과 에너지 연구 분야 석학인 주 교수는 AI와 자동화, 능동학습이 결합하면서 소재·화학 연구개발(R&D)이 급격한 전환기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기존 연구가 사람이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반복하는 방식이었다면, 앞으로는 AI가 실험 방향을 제안하고 로봇이 실험을 수행하며 결과를 분석해 다음 실험을 스스로 결정하는 방식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AI, 능동학습, 자동화를 과학연구 체계의 핵심 축으로 제시했다. 주 교수는 “AGI 시대에는 재료와 화학 R&D가 급격히 바뀌며 풍요의 시대 또는 멸종의 시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AI가 풍부한 소재와 제품 개발을 가능하게 할 수 있지만, 기술 오남용과 환경·생명 안전에 대한 위험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주 리 교수는 AI 기반 연구혁신의 대표 사례로 원자 간 상호작용을 예측하는 신경망 기반 재료 시뮬레이션 기술을 소개했다. 텐서 임베디드 원자 네트워크(TeaNet)를 예로 들며, 복잡한 화학 조합과 원자 구조를 AI가 학습해 소재 물성을 예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기술은 기존 양자역학 계산보다 빠르게 다양한 원소 조합과 구조를 탐색할 수 있어 신소재 발굴, 배터리, 촉매, 반도체, 청정에너지 소재 개발에 활용될 수 있다.

AI가 과학 연구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단순한 데이터 분석을 넘어 실험 설계와 실행, 검증까지 연결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거대언어모델(LLM)은 논문과 실험 데이터를 해석하고 가설을 생성하는 데 쓰일 수 있고, 로봇 자동화 장비는 반복 실험을 고속으로 수행할 수 있다. 여기에 알고리즘을 결합하면 연구자가 모든 변수를 직접 시험하지 않아도 유망한 조합을 빠르게 좁혀갈 수 있다.

주 리 교수는 이러한 변화가 '대량생산형 과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연구자가 한 번에 하나의 실험을 설계하고 검증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AI와 로봇이 수많은 실험 후보를 병렬적으로 탐색하고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연구 방향을 계속 조정하는 구조다. 나노소재처럼 조성, 구조, 공정 조건에 따라 특성이 크게 달라지는 분야에서는 연구 속도와 정확도를 동시에 높일 수 있는 접근이다.

다만 AI 연구 환경이 확산될수록 에너지 수요와 윤리적 통제 문제도 함께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AI 연산 확대에 따른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에너지·환경 부담, 인간 연구자의 통제권 확보가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취지다.

제24회 국제 나노기술융합전시회(나노코리아 2026)가 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렸다. 박상엽 LG CNS CTO가 '피지컬 AI가 여는 첨단 산업 현장의 미래'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제24회 국제 나노기술융합전시회(나노코리아 2026)가 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렸다. 박상엽 LG CNS CTO가 '피지컬 AI가 여는 첨단 산업 현장의 미래'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이어 박상엽 LG CNS CTO는 피지컬 AI가 첨단 산업 현장의 운영 방식을 바꿀 것으로 전망했다. 피지컬 AI는 AI가 로봇, 센서, 제어 시스템과 결합해 실제 물리 환경에서 인식·판단·행동하는 기술이다.

박 CTO는 센싱·비전 기술,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 실시간 제어 시스템을 피지컬 AI 확산의 핵심 기반으로 제시했다. RFM은 자연어 명령과 카메라 영상, 로봇 상태 데이터를 종합해 다음 행동을 생성하는 로봇용 AI 모델이다.

그는 “로봇을 끊임없이 활용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곧 경쟁력의 척도”라며 현장 데이터 확보, 모델 학습, 실증, 배포, 운영 관제와 함께 전사적자원관리(ERP), 제조실행시스템(MES), 창고관리시스템(WMS) 등 기존 시스템 연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CTO는 반도체와 첨단제조처럼 정밀성과 신뢰성이 요구되는 산업에서 나노기술 기반 센서와 피지컬 AI의 결합이 더 큰 가치를 만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명희 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