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교부금 개편 공론화…'내국세 연동' 놓고 교육부·기획처 정면 충돌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과 최교진 교육부 장관(왼쪽부터)이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교육재정의 새 물길을 열다: 미래세대를 위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토론회에 참석했다. (사진=기획예산처)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과 최교진 교육부 장관(왼쪽부터)이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교육재정의 새 물길을 열다: 미래세대를 위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토론회에 참석했다. (사진=기획예산처)

초·중등 교육재정의 근간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개편 논의가 본격화됐다. 학령인구 감소와 교육 수요 변화에 맞춰 내국세 연동제를 손질해야 한다는 기획예산처와, 공교육 안정성을 위해 연동 구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교육부가 공개 토론회에서 정면으로 맞섰다.

기획예산처와 교육부는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육재정의 새 물길을 열다: 미래세대를 위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토론회'를 개최했다. 두 부처가 입장 차가 큰 정책 현안을 놓고 공개 토론에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번 토론회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교육교부금 개편을 둘러싼 공개 논의를 제안하면서 마련됐다.

교육교부금은 시·도교육청 재원의 약 70%를 차지하는 핵심 재원으로, 현재 내국세의 20.79%가 자동 배분된다. 올해 교부금 규모는 8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기획예산처는 현행 내국세 연동 구조가 변화한 교육 환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짚었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학령인구 감소와 함께 영유아교육, 고등교육, 평생교육, AI 교육 등 새로운 투자 수요가 커지고 있다”며 “한정된 재원을 교육 전 분야에 균형 있게 활용할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내국세에 연동된 교부금이 세수 변동에 따라 급등락하면서 재정 운영의 불안정성을 초래한 사례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김학수 KDI 선임연구위원도 현행 교부금 산정 방식을 정책 목표와 환경 변화에 맞게 보다 유연하게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교육부와 교육계는 학생 수 감소를 곧바로 교육재정 축소 논리로 연결해서는 안 된다고 맞섰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합리적인 재정 개편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최근 논의가 '아이들이 줄었으니 예산도 줄여야 한다'는 식의 일방적인 경제 논리로 흐르는 것은 우려스럽다”며 “교육을 단순한 지출로만 바라보는 접근은 교육 안전망과 미래 성장 동력을 훼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선호 한국교육개발원 미래교육연구본부장은 다문화학생 증가, 특수교육 확대, 돌봄 기능 강화, 디지털 전환 등으로 교육 수요는 오히려 복잡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부금이 단순한 학생 수 기반 재원이 아니라 공교육 안정성을 보장하는 국가책임재정이라고 주장하며, 교육재정 논의를 단순한 효율성 문제가 아닌 국가의 교육 책임 범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토론회에서는 초·중등교육과 고등·평생교육 간 재원 배분 문제도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교육계는 초·중등교육 재정을 줄여 고등교육으로 이전하는 방식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영유아·고등·평생교육 분야에 대한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박 장관은 향후 개편 원칙으로 △미래 교육수요 대응 △학생 1인당 교부금 지속 증가 △내국세 변동성 완화 △교육 분야 간 균형 투자 △학령인구 변화 반영 등을 제시했다. 최 장관은 학교 현장 수요를 안정적으로 지원하면서도 영유아·고등·평생교육 투자 확대가 가능한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토론 결과를 토대로 교육계와 추가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다만 내국세 연동제 유지 여부와 교육재정 배분 구조를 둘러싼 시각차가 뚜렷해 개편안 마련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