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식품연구원(원장 백현동)은 핵자기공명(NMR)을 활용, 아보카도의 수확 후 숙성 과정 동안 과육·껍질·씨앗에서 일어나는 분자 변화를 종합 규명했다고 9일 밝혔다.
'숲에서 나는 버터'로 불리는 아보카도는 구입 후 단단하던 과육이 며칠 만에 부드러워지고, 풍미가 깊어졌다가, 어느 순간 무르고 변질되는 과정을 겪는다. 이는 과일 속 수많은 분자들이 생성·분해되는 복잡한 화학 반응의 결과다.
다만 그동안 연구는 당이나 지방산처럼 특정 성분 몇 가지를 따로 살펴보는 데 그쳤다. 과육·껍질·씨앗이 각각 어떻게 달라지는지, 후숙 단계별로 분자 차원에서 어떤 변화가 동시에 일어나는지는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아보카도를 미숙·완숙·과숙 세 단계로 나누고, 각 단계 과육·껍질·씨앗 부위 별 다양한 대사 물질을 NMR을 이용해 동시 분석했다. 그 결과, 후숙이 진행되는 동안 과육과 껍질에서는 당류 성분 등 수십 종의 대사 물질이 큰 폭으로 변하는 반면, 씨앗은 거의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당 성분에서 나타났다. 후숙이 진행되면서 일반 당(포도당·과당·자당)과 아보카도에 특히 많은 7탄당(만노헵튤로스·페르시톨)이 모두 빠르게 감소한 반면, 산화된 형태의 당은 새롭게 증가했다. 활발해진 호흡으로 당이 에너지원으로 소모되는 동시에, 산화 스트레스에 맞서는 방어 물질이 함께 생성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아미노산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가 확인됐다. 가지사슬 아미노산(BCAA)는 감소하는 반면, 감칠맛을 내는 글루탐산과 글루타민이 증가하면서 후숙된 아보카도 특유의 깊은 풍미가 형성되는 분자적 근거가 드러났다. 또 후숙 과정에서는 폴리페놀 계열의 항산화 물질(p-쿠마르산, 아피게닌 유도체)이 늘어나면서, 잘 익은 아보카도가 가진 건강 기능성을 뒷받침했다.
이번 연구로 확인된 단계별 분자 지표는 앞으로 아보카도의 성숙도를 객관적으로 등급화하고, 유통·저장 조건을 맞춤 설계해 맛·식감·영양을 동시에 지키는 기술의 토대로 활용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Postharvest Biology and Technology' 1월호에 게재됐다.
윤대용 식품연 스마트제조연구단 박사는 “이번 연구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풍미와 기능성을 정확히 살릴 수 있는 후숙·저장 기술과 부위별 활용 전략 개발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