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가톨릭대 공동연구팀, 간 조직검사 없이 '초기 간섬유화' 찾아내는 초고감도 바이오센서 개발

(왼쪽부터) 성균관대 박주형 박사, 장다영 연구원, 김치현 박사, 성균관대 박진성 교수(사진=성균관대)
(왼쪽부터) 성균관대 박주형 박사, 장다영 연구원, 김치현 박사, 성균관대 박진성 교수(사진=성균관대)

성균관대학교는 박진성 바이오메카트로닉스학과 교수 연구팀이 성필수 가톨릭대 의과대학 교수 및 배시현 은평성모병원장 교수 공동연구팀과 함께, 간이 딱딱하게 굳어가는 '초기 간섬유화' 질환을 소량의 혈액만으로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는 초고감도 전기화학 바이오센서를 개발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공학 기술과 의학 연구를 결합한 대표적인 '의공학 융합' 성과로, 환자에게 고통을 주는 조직검사 없이 혈액 분석만으로 간의 이상을 미리 확인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학술지인 'Chemical Engineering Journal'에 6일자로 온라인 게재됐다.

간섬유화는 초기에 발견하면 생활습관을 바꾸거나 약을 먹어 다시 건강한 상태로 되돌릴 수 있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없어 조기에 발견하기가 매우 어렵다. 간에 직접 바늘을 찔러 조직을 떼어내는 '간 조직검사'나 값비싼 영상검사를 주로 사용해 왔으나, 이는 환자에게 통증을 유발하고 자주 검사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연구팀은 간이 딱딱해질 때 혈액 속으로 뿜어져 나오는 'PICP'라는 단백질에 주목했다. 이 단백질은 간 조직에 굳은살(콜라겐)이 쌓일 때 함께 만들어지기 때문에, 현재 간섬유화가 얼마나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려주는 중요한 '바이오마커(몸 안의 변화를 나타내는 지표)' 역할을 한다.

연구팀이 개발한 진단 플랫폼(FIB-EIS)은 미세한 금 나노입자가 붙은 탄소 전극 위에 PICP 단백질과 결합하는 항체를 붙인 형태다. 혈액 속에 있는 PICP가 이 항체와 결합하면 센서 표면의 전기적 성질(임피던스)이 변하게 되는데, 이 변화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원리다. 특수한 염색이나 복잡한 과정 없이 전기의 흐름만으로 물질을 바로 읽어내기 때문에 분석이 매우 간단하며, 향후 스마트폰처럼 들고 다닐 수 있는 휴대용 진단 기기로도 만들 수 있다.

혈액 속에는 진단을 방해하는 수많은 다른 단백질이 섞여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방해 물질들이 센서에 달라붙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기술을 적용했다. 그 결과, 아주 적은 양(0.81 pg/mL)의 바이오마커까지 정확하게 찾아내는 높은 민감도를 확보했다. 실제 환자의 혈액을 사용한 실험에서는 정상인과 간섬유화 환자를 구분하는 데 95.24%의 민감도와 100%의 특이도(정상을 정상으로 진단하는 확률)를 기록하며, 매우 높은 진단 성능을 보였다.

박 교수는 “이번 연구는 환자에게 고통을 주는 조직검사를 하지 않고도, 단순한 혈액검사를 통해 간질환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음을 증명한 데 큰 의미가 있다”라며 “이 기술이 동네 병원에서도 쉽게 쓸 수 있는 소형 진단 기기로 발전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간질환을 미리 예방하고 관리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보건복지부의 다양한 연구지원 사업(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중견연구, 성장형 Post-Doc, 세종과학펠로우십, 의사과학자 육성사업)을 통해 수행됐다.

조호현 기자 hoh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