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34년 조선기술, 고체수소로 확장…성원기업 '에너지 솔루션 기업' 도약

성원기업 공장에 설치된 배관과 모듈 구조물. 사진=박두호 기자
성원기업 공장에 설치된 배관과 모듈 구조물. 사진=박두호 기자

부산 강서구 성원기업 공장에 들어서자 사람 키를 훌쩍 넘는 배관과 모듈 구조물이 공장 내부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작업자들은 두꺼운 철판과 배관을 정밀하게 용접하고 있었고, 한쪽에서는 선박 엔진룸에 들어가는 대형 모듈이 조립되고 있었다.

성원기업은 제조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혁신을 준비 중이다. 조선기자재 기업을 넘어 고체수소 저장·제어 기술 기업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성원기업은 선박 건조 현장에서 개별 장비를 하나씩 설치하는 대신 공장에서 미리 조립해 공급하는 방식으로 조선소의 생산성을 높인다.

공장 곳곳에는 이 같은 대형 모듈들이 제작되고 있었다. 이러한 제조 역량은 미래 사업으로도 이어진다. 정종태 성원기업 대표는 “34년 동안 축적한 안전 설계와 용접, 품질관리 기술은 결국 수소 저장 시스템에서도 그대로 활용된다”며 “조선에서 쌓은 경쟁력을 수소 산업으로 연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원기업이 선택한 분야는 수소 저장과 공급 시스템이다. 현재 수소 저장 방식은 고압가스와 액체수소가 주류지만 각각 안전성과 유지비 부담이 있다. 성원기업은 이를 대체할 기술로 '고체수소 저장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성원기술의 수소저장장치. 사진=박두호 기자
성원기술의 수소저장장치. 사진=박두호 기자

고체수소는 금속합금이 수소를 흡수해 저장하는 방식이다. 압력을 크게 높이지 않아도 많은 양의 수소를 저장할 수 있고, 장기간 보관해도 자연 증발이 거의 없다.

성원기업은 이미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해 한국동서발전 실증사업에 적용했다. 국내 최초로 저압 환경에서 고체수소 저장 시스템과 수소 설비를 직접 연계한 실증도 마쳤다. 현재 10㎏급 시스템을 확보했으며, 내년 50㎏, 이후엔 100㎏급으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열관리 기술이 중요하다. 고체수소는 충·방전 과정에서 열 제어 역량에 따라 성능 차이가 크게 발생한다. 성원기업은 열관리 기술에 경쟁력이 있으며, 고객사들과 사업화를 협의 중이다.

성원기업은 고체수소 저장 기술의 활용 범위를 발전소와 수소충전소, 선박, 건물 비상전원, 산업용 설비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발전 분야에서 고체수소는 같은 양을 저장하면서도 필요한 설치 면적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성원기업은 1992년 설립 이후 선박과 해양플랜트용 모듈, 배관, 압력용기 등을 생산해왔다. 지난해 매출 500억원을 기록했으며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HD현대중공업 등 국내 주요 조선사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정종태 성원기업 대표가 수소저장장치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정종태 성원기업 대표가 수소저장장치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정 대표는 “고체수소는 특정 산업에만 적용되는 기술이 아니라 발전과 수소충전소, 선박, 산업설비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범용성을 갖췄다”며 “조선기자재 기업을 넘어 모든 산업의 에너지 전환에 기여하는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기업탐방은 이노비즈협회 '이노비즈 PR데이'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부산=

박두호 기자 walnut_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