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중환자실 118만명 연명의료 결정 주체 분석

환자 뜻 남긴 경우 침습치료·하루 비용 낮아져
가족 판단일 땐 침습치료 가능성 2.35배↑

분당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오탁규 교수(왼쪽)와 송인애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오탁규 교수(왼쪽)와 송인애 교수.

연명의료 유보·중단 결정을 환자가 직접 내린 경우 중환자실의 침습적 연명의료 시행 가능성과 하루 의료비가 낮아지는 반면, 가족이 대신 결정한 경우 두 지표가 모두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중환자실에 입원한 전국 성인 환자 118만9042명의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확인했다고 14일 밝혔다.

오탁규·송인애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연명의료계획서 등 연명의료 관련 문서가 없는 환자군을 기준으로, 환자가 직접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한 그룹과 가족이 대신 결정한 그룹의 의료 이용 양상을 비교했다.

분석 결과 환자 작성군은 문서가 없는 환자군보다 인공호흡기 삽관, 체외생명유지술 등 침습적 연명의료를 받을 가능성이 약 0.7배로 낮았다. 중환자실 입원 후 90일 이내 사망한 환자만 따로 분석하면 이 가능성은 약 0.43배까지 떨어졌다.

반대로 가족 결정군은 문서가 없는 환자군보다 침습적 연명의료 시행 가능성이 약 2.35배 높았다.

의료비도 결정 주체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환자 작성군의 하루 의료비는 문서가 없는 환자군보다 약 14% 낮았고, 가족 결정군은 약 4% 높았다.

연명의료는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치료 효과 없이 생명 연장만을 목적으로 시행하는 의료행위다. 심폐소생술과 혈액 투석 등이 포함된다.

2018년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이후 환자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연명의료계획서를 통해 연명의료 유보·중단 의사를 밝힐 수 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19세 이상 성인이 작성할 수 있고, 연명의료계획서는 회복이 어려운 말기 또는 임종기 환자가 작성 대상이다.

다만 연명의료계획서는 말기·임종기 진단 이후 작성할 수 있어, 실제 현장에서는 환자가 의사결정 능력을 잃은 뒤 가족이 환자의 의사를 추정해 대신 결정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가족이 환자의 연명의료 유보·중단을 결정한 비율은 약 55.7%로 집계됐다.

연구팀은 가족 대리 결정이 환자의 의사를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고, 이 과정에서 가족이 심리적 부담과 불확실성 속에 치료 결정을 내리는 현실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오탁규 교수는 “연명의료 유보·중단 결정은 환자가 자신의 가치와 선호를 표현할 수 있는 시기에 충분한 논의를 거쳐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환자가 가족, 의료진과 상의한 뒤 자신의 뜻을 남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문화를 확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호흡기·중환자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American Journal of Respiratory and Critical Care Medicine'에 게재됐다.

성남=김동성 기자 est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