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베트남을 다시 방문하며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눈에 띄는 빌딩이나 산업단지가 아니었다. 물론 도시 곳곳에는 새로운 공장과 물류시설이 들어서고 있었고 산업 기반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체감한 진짜 변화는 사람에게 있었다. 역동적으로 배우고 도전하는 젊은 인재들의 모습은 베트남의 미래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동안 많은 기업은 베트남을 생산기지나 비용 경쟁력의 관점에서 바라봐 왔다. 이러한 시각이 틀렸다는 뜻은 아니다. 제조업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생산 환경과 합리적인 비용이 여전히 중요한 경쟁력이다. 다만 지금의 베트남은 그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글로벌 기업과 현지 기업이 함께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들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빠르게 성장하는 인재들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베트남 젊은 인재들의 태도였다. 새로운 기술과 업무 방식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매우 빠르고 변화에 대한 거부감도 크지 않았다. 단순히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더 효율적인 방법을 스스로 찾으려는 적극성이 곳곳에서 느껴졌다. 글로벌 환경에서 협업하는 데도 익숙해 한국 기업과의 소통과 적응력이 뛰어났으며, 현장에서 얻은 경험과 지식을 자신의 역량으로 빠르게 흡수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물론 우수한 인재는 어느 나라에나 존재한다. 그러나 베트남에서는 성장에 대한 강한 의지와 학습 속도,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가려는 도전 정신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폭넓게 나타난다는 점이 특별하게 다가왔다. 이러한 인적 자본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질 수 없는 국가 경쟁력이자,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기업에도 장기적인 자산이 될 수 있다.
사업을 하다 보면 데이터의 중요성을 자주 이야기하게 된다. 그러나 좋은 데이터는 사무실 안에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건물을 직접 확인하고 시장을 발로 뛰며 고객을 만나 축적한 경험이 더해질 때 비로소 살아 있는 정보가 된다. 기술과 인공지능(AI)이 아무리 발전해도 그것을 움직이고 현장을 이해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실제로 알스퀘어 역시 한국과 베트남을 잇는 인재 교류와 현지 전문가 육성에 꾸준히 투자해 왔다. 현지 인력들은 건물주와 임차인을 직접 만나 시장을 조사하고 데이터를 축적하면서 쉽게 모방할 수 없는 경쟁력을 만들어 냈다. 데이터 기업의 힘도 결국 현장을 이해하는 사람에게서 나온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한 셈이다.
해외 진출의 성패도 마찬가지다. 베트남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히 사무실을 열었기 때문이 아니다. 현지 기업과 협력하고 고객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며 신뢰를 쌓아온 시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최근 산업단지 개발사와의 협력에서도 투자 검토부터 입지 선정, 계약, 운영 지원까지 이어지는 종합 솔루션이 요구되는 이유 역시 현지 네트워크와 사람의 역량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베트남 사업을 이어오면서 고객도 국내 기업을 넘어 현지 기업과 글로벌 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는 특정 국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사업이 아니라 현지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다. 벤처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해외 진출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성장의 필수 전략이지만, 그 출발점은 화려한 계획보다 현지를 이해하려는 자세에 있다.
이번 방문에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은 것은 새 건물도, 거대한 산업단지도 아니었다.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만들어가려는 젊은 인재들의 눈빛이었다. 미래 경쟁력은 건물이나 설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사람과 함께 축적한 경험, 데이터, 그리고 신뢰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만든다.
이제 우리 기업들도 베트남을 바라보는 시선을 조금 넓혀볼 때다. 생산기지로서의 가치에 더해 함께 성장할 인재와 파트너를 만나는 시장이라는 관점까지 더한다면, 베트남은 비용 절감의 공간을 넘어 새로운 성장의 무대로 다가올 것이다.
이용균 알스퀘어 대표·벤처기업협회 스타트업위원회장 ceo@rsquar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