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이기는 시장 없다고 했던 정부가 일부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거미집 모형(Cobweb Model) 등 기존의 경제학 이론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함을 보여준다. 수요 억제 중심의 규제만 반복해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 매매시장을 과도하게 억누르면 전세·월세 시장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매매가격을 자극하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 최근 청년 주택담보대출 규제 역시 이러한 땜질식 처방에 머문다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주택정책은 기본적으로 주거 안정을 목표로 해야 한다. 그러나 주거 안정이 모든 신혼부부와 청년에게 100% 주택 소유권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주택가격을 안정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격이 계속 상승할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에 청년들도 자가 소유를 희망하게 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출을 받더라도 서울의 높은 주택가격을 감당할 수 있는 청년은 많지 않다.
만약 장기전세주택처럼 20년 이상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고 전세보증금도 크게 오르지 않는 제도가 충분히 공급된다면, 주거 목적만으로 주택을 매입해야 할 필요성은 크게 줄어든다. 물론 공급에는 한계가 있으며, 자산 형성과 재테크를 위해 주택을 구매하려는 수요도 존재한다. 따라서 이러한 선택까지 인위적으로 막을 필요는 없다.
반면 자신의 상환 능력을 넘어서는 '영끌'이나 투기 목적의 과도한 대출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바로 지분형 주택이다. 일부에서는 이미 지분형 주택이 시행되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그러나 현재의 지분적립형 주택은 본질적으로 할부 분양 방식에 가깝다. 주택가격 자체가 워낙 높기 때문에 소득을 꾸준히 모아도 장기간 분납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이에 비해 새로운 지분형 주택은 실수요자와 공공기금이 주택 지분을 절반씩 공동 소유하는 방식이다. 기존의 LH나 GH와 같은 공공주택 공급기관은 부채 부담 등으로 장기간 지분을 보유하기 어려운 만큼, 이를 국민연금 등 공공기금이 대신 보유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실수요자는 50%의 지분만으로도 해당 주택을 사실상 독점적으로 거주할 수 있다. 공공기금은 거주 목적이 없기 때문에 이러한 구조가 충분히 가능하다. 또한 실거주자는 거주 중에도 주택을 매매하거나 일정 요건 아래 임대할 수 있도록 설계할 수 있다. 공공기금에도 장점이 있다. 현재 공공기금은 공제회까지 10여개에 막대한 운용자금을 보다 안정적으로 투자할 대상을 필요로 한다. 장기적으로 주택시장에 투자해 적정 수준의 수익만 확보하더라도 주식이나 채권보다 안정적인 자산운용 수단이 될 수 있으며, 미래 지급재원을 확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공공기금이 보유한 지분에 대한 사용료는 매월 임대료를 부과하기보다 주택을 처분할 때 지분 가치 상승분으로 정산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다. 또한 실거주자의 경제적 여건이 개선되면 공공기금의 지분을 단계적으로 매입해 자신의 지분을 확대하도록 설계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제도는 정부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시행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겠지만, 서울시가 시범사업으로 먼저 추진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신축 주택뿐 아니라 재건축·재개발 사업과 기존 주택까지 대상으로 포함할 수 있다. 또한 모든 국민에게 일괄 적용하기보다는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와 청년층을 중심으로 우선 시행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공공기금이 투자계획을 확정하고 모집공고를 내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택가격의 안정이다. 매매가격과 전월세 가격은 서로 밀접하게 연동되므로 시장을 움직이는 핵심 요인을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경기침체, 금융위기, 코로나19와 같은 시기에는 주택가격 상승세가 둔화되거나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궁극적으로 정부의 역할은 주택을 구매하려는 사람을 막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이다. 주거 안정을 보장하면서도 실수요자의 자산 형성 기회를 열어주는 정책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주택정책의 방향이 되어야 한다.
임성은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전 서울기술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