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을 가장 많이 개발하는 나라가 AI 강국일까. 그렇지 않다. 국민이 일상에서 AI의 변화를 가장 자연스럽게 체감하는 나라가 진정한 AI 강국이다. AI 경쟁의 무대는 이제 산업을 넘어 공공으로 확장되고 있다. 국민이 매일 이용하는 행정과 교통, 복지와 안전, 의료와 교육 서비스가 AI를 통해 얼마나 달라지는지가 국가 경쟁력을 결정하는 시대다.
민간에서 공공기관의 AI 혁신을 지켜보며 느끼는 변화는 기대 이상이다. 과거에는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혁신이었다면, 이제는 AI를 활용해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서비스를 새롭게 설계하려는 시도가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공공이 생각보다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점은 민간의 시각에서도 인상적이다.
민간의 변화는 상상 이상으로 빠르다. 글로벌 선도기업들은 AI를 새로운 기술로 도입하는 단계를 넘어 AI를 중심으로 조직과 업무를 재설계하는 경쟁에 들어섰다. AI는 더 이상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가 아니라 기업의 운영방식과 고객 경험, 의사결정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핵심 인프라가 되고 있다. 이제 기업들은 'AI를 사용할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는다. 'AI를 전제로 어떻게 다시 일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공공도 이제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AI를 어떻게 도입할 것인가가 아니라 AI 시대에 공공은 왜 존재하며, 국민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해야 하는가를 다시 묻는 일이다. 이것이 AI 시대 공공혁신의 출발점이다.
여기서 '다시 설계'란 단순히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 아니다. 공공의 존재 이유와 조직 운영방식을 AI 시대에 맞게 새롭게 세우는 '리파운딩(Refounding)'을 의미한다.
최근 공항공사의 AI·인공지능전환(AX) 추진 현장을 방문하며 공공 AI 혁신의 가능성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최신 AI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AI 활용에 익숙한 주니어 직원과 풍부한 현장 경험을 가진 시니어 직원이 함께 과제를 도출하고 해결하는 등 현장 실무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확대되고 있었다.
우수사례를 다른 공공기관과 공유하며 확산시키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었다. 로봇주차와 시설안전 등 민간기업과의 협업도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었다. 혁신은 시스템을 구축하는 순간이 아니라 사람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일하기 시작하는 순간 시작된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였다.
공공 AI의 최종 목적은 국민이 체감하는 서비스 혁신이다. 국민의 생활 속에서 불편을 AI로 해결하고, 현장의 아이디어를 정책으로 연결하며, 국민이 직접 서비스 혁신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공공서비스는 본질적으로 국민의 경험을 중심으로 다시 설계되어야 한다.
민간은 공공의 이러한 변화를 기대한다. 현장에서는 이미 변화가 시작됐고, AI를 배우고 활용하려는 조직문화도 조금씩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실질적 성과 창출이다. 즉, 변화를 국민이 체감하는 서비스로 연결하는 일이다. 공공 AI 혁신의 성패는 AI를 얼마나 도입했느냐가 아니라 AI를 활용한 현장의 변화가 얼마나 빠르게 국민의 경험으로 이어지느냐에 달려 있다.
국민은 어떤 생성형 AI 모델을 공공기관이 사용하는지 기억하지 않는다. 대신 같은 서류를 두 번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 행정을 기억한다. 여러 기관을 찾아다니지 않아도 되는 서비스를 기억한다. 기다림이 줄어든 경험을 기억하고, 공공이 나를 먼저 이해해 주었다는 경험을 기억한다. AI의 성공은 기술이 아니라 이러한 경험으로 평가된다.
AI 시대 공공혁신의 본질은 기술혁신이 아니라 공공의 리파운딩이다. AI는 행정을 자동화하는 기술이 아니라 공공의 존재 이유를 다시 정의하는 기술이다.
국민 중심으로 서비스를 다시 설계하고, 조직을 새롭게 운영하며, 공공의 역할을 재정립할 때 대한민국은 비로소 국민이 체감하는 AI 강국으로 나아갈 수 있다. 국민이 “공공서비스가 달라졌다”고 체감하는 순간, AI는 기술을 넘어 비로소 국가 경쟁력이 된다.
전현경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인공지능 및 혁신 소위원회 위원장 ceo@datasof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