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간 공간에서 사상 처음으로 당(설탕) 분자가 발견되어 지구 생명체의 기원을 밝히는 데 새로운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스페인 우주생물학센터의 이자스쿤 히메네스-세라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은하 중심부 근처의 성운에서 당 분자를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고 과학 학술지 '네이처 애스트로노미(Nature Astronomy)'를 통해 발표했다.
성간 공간에서 당 분자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과학계에서는 지구상 생명체 탄소 순환과 유기물 형성의 핵심인 당의 기원을 두고 논쟁을 이어왔다. 소행성이나 운석에서 포도당과 리보스(5개 탄소 원자가 포함된 단당류) 등이 발견된 적은 있어 초기 지구에 혜성 충돌 등으로 당이 유입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특히 2000년대 초반에는 우주에서 당류를 찾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됐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결국 이 분자들이 지구 유입 이전에 '어디서 어떻게 생성되었는지'는 미지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먼지와 가스로 이뤄진 극한의 우주 환경에서 당류가 발견되면서, 별과 행성이 형성되기 이전인 성간 물질 단계에서도 당 분자가 스스로 합성될 수 있음을 증명할 수 있게 됐다.
연구팀은 두 대의 전파 망원경을 이용해 은하 중심부의 가스와 먼지 구름인 성간 물질을 관측했다. 우주 공간의 분자들이 회전하고 이동할 때 방출하는 고유의 전파 주파수 패턴을 분석해 이를 실험실 내 분자 데이터와 비교하는 방식을 취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탄소 4개, 수소 8개, 산소 4개로 구성된 당류인 '에리트룰로스(Erythrulose)'의 주파수 패턴을 정확히 찾아냈다. 에리트룰로스는 지구에서는 라즈베리 등 과일에 함유되어 있는 성분이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의 천체화학자 브렛 맥과이어 박사는 “이 데이터와 분석은 해당 분자의 존재를 완벽히 입증한다”며 신뢰성을 높이 평가했다. 소행성 베누에서 당류를 발견하는 데 참여한 일본 도호쿠 대학교의 후루카와 요시히로 교수 역시 이번 연구를 지지했다.
학계는 이번 발견이 RNA와 DNA 형성에 필수적인 유기물이 우주 전역에 보편적으로 존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보고 있다. 성간 물질에서 생명체의 씨앗이 되는 성분이 만들어질 수 있다면, 은하계 내 다른 곳에서도 생명체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초기 지구에 이 당 성분이 약 50만 톤에서 최대 5000만 톤에 달하는 규모로 유입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한편, 이번 관측에서는 예상을 빗나가는 현상도 발견됐다. 화학적 메커니즘상 더 복잡한 형태인 에리트룰로스가 발견된 반면, 이보다 구조가 단순한 탄소 3개짜리 당 분자는 검출되지 않았다.
맥과이어 박사는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화학적 상식을 뒤엎는 예외적인 결과”라며 향후 추가 연구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히메네스-세라 박사는 이번 발견을 시작으로 RNA와 DNA의 핵심 골격을 이루는 리보스나 디옥시리보스 같은 더 큰 유기당 분자를 찾는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