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지하 핵실험을 연구해 온 저명한 지진학자가 중국에서 간첩 혐의로 18개월 이상 억류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14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에드워드 마키 미 상원의원은 이날 성명을 통해 지진학자 유린 첸 박사가 지난 2024년 11월부터 중국 당국에 의해 부당하게 구금되어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미국의 인질 석방 관련 비영리 단체인 '글로벌 리치'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 베이징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첸 박사의 구금 문제를 직접 제기하며 석방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계 미국인인 첸 박사는 중국에 억류된 미국인 중 미 정부 체제상 유일하게 '부당 구금자'로 공식 지정된 인물이다.
이번 사건은 미·중 양국이 관계 안정화를 모색하는 가운데 발생했으며, 올가을로 예정된 시진핑 주석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양국 간 새로운 외교적 마찰 원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중국 당국이 또 다른 중국계 미국 학자인 민 진을 국가안보 위협 및 간첩 혐의로 체포했다고 발표한 지 불과 몇 주 만에 이번 사건이 추가로 드러났다.
글로벌 리치 측은 첸 박사의 구금이 중국의 최근 핵 능력 확장 의혹, 특히 지난 2020년에 실시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하 핵실험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중국 당국은 해당 핵실험 실시 여부를 부인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모두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에 서명했으나, 최종 비준은 하지 않은 상태다.
첸 박사의 연구는 지진학적 데이터를 활용해 지하 핵실험의 탐지 및 식별 능력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과거 북한의 지하 핵실험 연구도 진행한 바 있다. 그의 연구는 미 국무부와 미 공군 연구소(AFRL)의 예산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글로벌 리치의 키런 램지 수사국장은 “미 국무부가 중국의 CTBT 위반 의혹을 제기하는 상황에서, 중국 당국은 이를 정확히 식별할 수 있는 미국 측 전문가를 붙잡아 둔 것”이라며, “이번 사건은 중국이 미·중 패권 경쟁에서 '인질 외교'를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짚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당국에 첸 박사 문제를 직접 제기했으며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백악관 관계자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제기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해외에 구금된 모든 미국 시민이 집으로 돌아오기를 원한다는 점을 명확히 해왔다”고 답하며 우회적으로 시인했다.
반면 중국 외교부는 정례 브리핑에서 첸 박사가 부당하게 구금되었다는 주장을 부인하며, 사법 당국이 법에 따라 적법하게 사건을 처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첸 박사는 2025년 5월 1일 간첩 혐의로 정식 기소되었으나 아직 재판은 열리지 않은 상태다.
첸 박사의 아내 유팡 롱은 남편과 600일 넘게 연락이 닿지 않아 건강이 매우 우려된다며 “남편은 미 정부의 기밀 접근 권한을 가진 적이 없으며, 그의 연구는 전적으로 대중에 공개된 협력 연구였다”며 간첩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또한 “남편은 중국 측 동료들과 투명하게 과학적 교류를 해왔으며, 이는 중국 정부가 원한다고 말해 온 민간 외교의 일환”이라고 덧붙였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