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삭한 식감과 시원한 맛을 기대하고 먹은 오이에서 평소와 다른 강한 쓴맛이 느껴진다면 즉시 섭취를 중단해야 한다는 전문가 경고가 나왔다. 오이의 비정상적인 쓴맛은 급성 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독성 물질 '쿠쿠르비타신'의 농도가 높다는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16일 중국 모던익스프레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푸젠성에 거주하는 한 남성은 최근 텃밭에서 직접 재배한 오이로 무침을 만들어 먹던 중 평소보다 강한 쓴맛을 느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반 개를 섭취했다.
그러나 약 1시간 뒤 심한 메스꺼움과 구토, 복통, 설사 증상이 잇따라 나타나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정밀 검사 결과 간 기능이 크게 저하된 상태였으며 의료진은 '쿠쿠르비타신 중독'으로 진단했다.
쿠쿠르비타신은 오이와 호박, 참외 등 박과 식물이 해충이나 초식동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생성하는 천연 방어 물질이다. 시중에 유통되는 대부분의 오이는 쓴맛이 적도록 개량돼 있지만, 고온이나 가뭄, 수분 부족, 급격한 온도 변화 등 생육 스트레스를 받거나 야생종과 교배될 경우 쿠쿠르비타신 농도가 크게 높아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물질이 강한 급성 독성을 지니고 있으며, 특유의 강한 쓴맛 자체가 위험 신호라고 설명한다. 소량만 섭취해도 구토와 복통, 설사 등 중독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간 손상이나 혈압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쿠쿠르비타신은 일반적인 조리 과정으로는 제거되지 않는다. 삶거나 볶고 튀기는 등 고온에서 조리해도 독성이 사라지지 않으며, 양념으로 쓴맛을 가릴 수 있을 뿐 독성 자체는 그대로 남는다.
중독 증상은 섭취 후 수분에서 수 시간 안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반복적인 구토와 심한 복통, 복부 경련, 물처럼 묽은 설사가 대표적이며, 탈수로 인한 어지럼증과 식은땀, 전신 무력감이 동반될 수 있다. 증상이 경미하면 충분한 수분과 전해질을 보충하며 안정을 취하면 회복되는 경우가 많지만, 구토와 설사가 지속되거나 심한 복통, 어지럼증이 나타나면 즉시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오이나 호박에서 참기 어려울 정도의 강한 쓴맛이 느껴진다면 '조리하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즉시 뱉고 섭취를 중단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예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