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르헨티나 정부가 자국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리오넬 메시의 경제 관련 발언을 두고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아르헨티나 대통령실의 아드리안 라비에르 대변인은 17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온라인 매체 인포바에 생중계 채널을 통해 “정부는 국민들이 생계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주장(일반화)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물론 그런 상황에 처한 이들이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으나, 이를 일반화하여 마치 모든 국민이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처럼 표현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리오넬 메시는 15일 잉글랜드와의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아르헨티나 대표팀은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 생계 유지에 어려움을 겪으며 끊임없이 돈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라비에르 대변인은 아르헨티나 통계청(INDEC), 아르헨티나 가톨릭 대학교, 유니세프(UNICEF) 등의 자료를 인용하며 빈곤 및 극빈층 감소 지표를 제시했다. 그는 최근 물가상승률 둔화가 사회 최빈곤층의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보조금 삭감으로 인해 일부 가정의 전기·가스·교통비 부담이 늘어나 가처분 소득이 줄어든 점은 인정하면서도, “투자를 촉진하고 서비스 질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가격 조정이 불가피했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대변인의 반박에 더해,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메시의 발언 이후 현지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축구 선수들이 경제를 얼마나 아느냐”며 불쾌감을 드러냈다는 보도까지 이어지자 여론은 급격히 악화했다. 정부가 국민적 영웅인 메시와 대립각을 세운다는 프레임이 짜인 것이다.
그러자 밀레이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진화에 나섰다. 현지 매체 라 나시온에 따르면, 밀레이 대통령은 자신이 메시에게 분노했다는 언론 보도를 가리켜 “(언론 보도는) 완전한 거짓이나 악의적인 날조”라고 직접 받아쳤다.
밀레이 대통령은 “메시의 말(어려운 사람이 많다)은 100% 사실이 맞다“며 메시의 발언 자체는 전적으로 인정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이 경제 위기는 현 정부 탓이 아니라 지난 20년간 나라를 망친 키르치네르(전 정권) 세력 때문”이라며 화살을 돌렸다.
동시에 아르헨티나 정부 공식대응사무국(OPRA) 역시 성명을 내고 “역대 최고의 축구 선수인 메시가 힘든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한 것은 전적으로 사실”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다만 “지난 20년간 이어진 키르치네르 정권의 몰락을 단 24개월 만에 지울 수는 없다”며 경제 위기의 책임을 전 정권의 실책으로 규정했다.
이어 정부는 “지난 2년간 심오한 개혁을 통해 과거의 살인적인 초인플레이션 상황에 비하면 나라는 훨씬 나아졌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밀레이 정부는 메시와의 불화설을 강력히 부인하는 동시에, 역으로 그의 입을 빌려 전 정권을 향한 강력한 정치적 포문을 여는 프레임 전환을 시도한 모양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