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바이오센서 약점 최초 규명…이온과 반도체 거리 조절로 도핑 효율 100% 구현

포스텍(POSTECH)은 정대성 화학공학과 교수, 박사과정 표원준 씨 연구팀이 손창윤 서울대 화학과 교수,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화학과 웨이유 교수, 정경준 경기대 화학과 교수와의 연구를 통해 미래형 바이오센서 핵심 부품 '유기 전기화학 트랜지스터'의 성능을 제한하는 원인을 최초로 규명하고, 이를 극복한 고성능 소자 개발에도 성공했다고 23일 밝혔다. 이 연구는 최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트랜지스터'는 스마트폰, 컴퓨터를 비롯한 거의 모든 전자기기에서 전류를 조절한다. '유기 전기화학 트랜지스터'는 여기에 이온의 움직임을 전류 신호로 바꾸는 기능을 더한 소자다. 몸에 붙이거나 몸속에 삽입할 수 있을 만큼 부드럽고 낮은 전압에서도 작동해 심장 박동이나 뇌파, 땀이나 혈액 속 생체 신호를 정밀하게 감지하는 차세대 웨어러블 바이오센서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땀이나 혈액 속에 있는 이온들이 반도체 얇은 막 안으로 들어가면, 그 움직임이 전류 신호로 바뀌어 신호를 감지하는 것이다.

고분자 반도체의 측쇄 존재 유무에 따른 주쇄-이온 거리 및 도핑 효율 차이 모식도
고분자 반도체의 측쇄 존재 유무에 따른 주쇄-이온 거리 및 도핑 효율 차이 모식도

지금까지는 반도체 안으로 들어온 이온 모두 전기 신호 생성에 사용된다고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연구팀이 개발한 분광학 분석으로 확인해 본 결과, 전기 신호 생성에 기여하는 이온은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나머지 이온은 반도체 안으로 들어와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고, 이것이 센서 감도를 떨어뜨리는 근본적인 원인이었다.

문제는 이온과 고분자 반도체 주쇄(몸통) 간 거리였다. 전기 신호는 반도체 주쇄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이온들이 이 주쇄에 가까이 접근해야 전하가 잘 생성된다. 그러나 기존에 널리 사용되던 올리고에틸렌글라이콜(OEG1)) 측쇄는 이온을 잘 끌어들이면서도, 정작 전하가 생성되는 주쇄 가까이 접근하는 것은 방해하고 있었다.

(왼쪽부터) 정대성 포스텍 교수, 손창윤 서울대 교수, 포스텍 박사과정 표원준 씨, 정경준 경기대 교수,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Wei You 교수
(왼쪽부터) 정대성 포스텍 교수, 손창윤 서울대 교수, 포스텍 박사과정 표원준 씨, 정경준 경기대 교수,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Wei You 교수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반도체 박막이 형성된 다음에 스스로 구조가 바뀌는 고분자 반도체를 설계했다. 박막이 만들어지면 긴 측쇄는 제거되고 짧은 카복실산기만 남도록 설계해, 이온을 끌어들이는 성질은 유지하면서도 주쇄 바로 가까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실험 결과, 투입된 이온이 모두 전기 신호 생성에 참여하는 100%의 도핑 효율을 달성했다. 연구팀은 슈퍼컴퓨터 기반 분자동역학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온과 주쇄 간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도핑 효율이 극대화된다는 원리도 확인했다.

정대성 교수는 “전기화학 바이오센서용 고분자 반도체 설계에서 도핑 효율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성과”라며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또, 분자동역학 연구를 주도한 손창윤 교수는 “생체 이온 신호가 전류 신호로 바뀌는 효율을 분자 차원에서 규명했다”라며 “차세대 생체 전자소자 개발을 위한 소재 설계 지침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했다.

한편,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나노 및 소재기술개발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