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과 가장 가까운 영장류인 침팬지와 보노보가 스트레스 상황 직전에 신체 접촉을 통해 서로를 달래고 평화를 유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포츠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이 격려의 다짐을 나누듯, 신체 접촉을 통한 연대감 형성은 수백만 년 전부터 이어져 온 사회적 행위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21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더럼대학교 연구진은 식량 경쟁 직전 유인원들의 행동 변화를 관찰한 연구 결과를 학술지 '영국왕립학회보 B(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콩고민주공화국과 잠비아의 보호구역에 거주하는 침팬지와 보노보를 대상으로 먹이(땅콩)가 공급되기 직전 5분 동안의 행동을 관찰했다.
분석 결과, 먹이가 제공된다는 사실을 인지한 유인원들은 서로를 어루만지거나 끌어안고 키스를 하는 등 적극적인 신체 접촉을 나누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침팬지들은 상대방의 입안에 손가락을 넣는 등 깊은 친밀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처럼 사전 신체 접촉을 나눈 개체들은 먹이가 제공되었을 때 다툼 없이 함께 식사를 공유할 확률이 높았다. 특히 한 무리의 유인원들이 연쇄적으로 서로를 껴안는 이른바 '안심 열차(reassurance train)' 현상이 자주 관찰되는 집단일수록 전체적인 평화 유지 수준이 높게 나타났다.
연구를 이끈 잔나 클레이 교수는 이러한 행동을 경기 전 팀원들이 모여 의지를 다지는 '풋볼 허들'에 비유하며, “스트레스 상황을 앞두고 '나'보다 '우리'라는 연대감을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제이크 브루커 박사 역시 “신체 접촉은 언어보다 앞선 가장 오래된 대화 방식 중 하나”라며 “신뢰 구축을 위해 터치를 활용하는 행동은 인간과 유인원의 공통 조상 단계인 최소 700만 년 전부터 존재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