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5G 과장광고' 일부승소...法 “과징금 재산정해야”

재판부 “공정위, 위반기간 잘못 산정”…위법성 판단은 유지
이통 3사 중 유일하게 과징금 처분 뒤집어

이동통신 3사의 5G 서비스 속도 부당 광고행위 제재
이동통신 3사의 5G 서비스 속도 부당 광고행위 제재

5세대(5G) 이동통신 속도 과장광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68억원대 과징금을 부과받은 SK텔레콤이 항소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법원은 과장광고 위법성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위반기간을 잘못 산정해 관련 매출액을 계산한 하자를 이유로 과징금 납부명령을 전부 취소했다.

SK텔레콤은 앞서 패소한 LG유플러스, KT와 달리 이통 3사 중 유일하게 과징금 처분을 뒤집으면서 재산정 절차를 밟을 기회가 생겼다.

서울고등법원 행정3부는 23일 SK텔레콤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 취소소송에서 “산정 기간이 잘못됐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해당 과징금 납부 명령은 부과 대상 광고행위의 위반 기간을 잘못 인정해 관련 매출액을 산정한 위법이 있다”며 “재량권 범위 내에서 어느 수준의 과징금이 적당한지 법원이 판단할 수 없어 납부명령 전부를 취소한다”고 판시했다.

핵심은 위반기간 산정이었다. 재판부는 SK텔레콤이 게시한 20Gbps 속도 관련 자료가 2020년 9월 정부의 지침에 따라 삭제됐다가 약 10개월 뒤인 2021년 7월 홈페이지 개편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재게시된 점에 주목했다. 삭제시 위반행위는 종료된 것이며 재게시는 별개의 새로운 위반행위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공정위는 2018년 12월부터 2022년 4월까지를 하나의 위반기간으로 보고 이 기간 5G 관련 매출 5조6097억원 전액을 관련매출액으로 산정했는데 법원에서 이를 문제삼은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표시광고법 위반과 관련된 위법성 판단에서는 공정위 손을 들어줬다. 5G 속도가 LTE보다 20배 빠른 것처럼 표현한 광고는 거짓·과장이 인정되는 표시광고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행정지도에 따른 것이라는 원고 측 주장과 확립된 관행, 신뢰보호원칙 위반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시정명령은 그대로 유지됐다.

SK텔레콤 측은 “판결문 수령 후 면밀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공은 공정위로 넘어갔다. 공정위는 판결 취지에 따라 위반기간을 두 구간으로 나눠 관련 매출액을 다시 산정한 뒤 과징금을 재부과하는 재처분 절차를 밟거나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다.

위반행위가 중단됐던 10개월치 매출이 제외되는 만큼 과징금 규모는 당초 168억2900만원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다만 공정위가 위반기간 판단에 불복해 상고할 경우 재처분 시점은 대법원 확정 판결 이후로 밀리게 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판결 결과를 구체적으로 검토한 후 과징금 재산정 절차 또는 상고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판결은 남은 상고심 구도에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LG유플러스는 패소 후 상고장을 제출했고, KT도 상고 여부를 검토 중이다.

앞서 2023년 공정위는 이통 3사가 이론상 최고속도인 20Gbps를 실제 5G 이용 속도처럼 광고해 소비자를 기만했다며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시정명령과 함께 총 336억1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