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 장기화로 인내심을 잃고 외교적 해결책 대신 강경한 군사적 대응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23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영국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란과의 협상 진전에 회의감을 표하며 테헤란을 향한 '복수 모드'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언론 매체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직접 밝힌 강경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를 통해 “역대 최대 규모의 공격을 고려하고 있다”며 “결정에 매우 가까워졌고, 모든 준비는 완료됐다”고 대규모 공습을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측이 협상을 원하고는 있지만 아직 협상 테이블에 나올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그들(이란)은 아직 충분한 고통을 겪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스라엘의 참여 가능성에 대해서도 “내가 요청하면 2분 만에 합류하겠지만, 우리는 어느 누구의 도움도 필요하지 않다”며 독자적인 군사 작전 수행 능력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시작된 이번 전쟁은 최근 지난달 체결된 휴전이 무력화되면서 다시 확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여기에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까지 합류해 홍해상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유조선 두 척을 공격하자 사태는 더욱 악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후티 반군을 향해 “대규모 군사적 처벌”을 가하겠다고 경고하는 한편, 상선이나 화물에 입은 피해에 대해 미국 내 동결된 이란 자산을 활용해 보상하겠다는 방침을 덧붙였다. 미군 중동 작전을 이끄는 중부사령부 역시 13일 연속으로 공습을 이어가며 군사적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 길목인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위협받으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과 금융 시장은 크게 요동치고 있다. 브렌트유 가격이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고 미 국내 가솔린 가격이 갤런당 4달러를 넘어서는 등 물가 불안이 다시 불붙었다.
한편, 이란 전쟁 장기화로 인한 유가 상승과 미군 전사자 발생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에 큰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와 로라 잉그라함 등 오랜 우군들조차 전쟁이 선거에 미칠 악영향을 경고하고 나섰다. 백악관 참모진은 가솔린 가격 인하 대책을 논의하고 경제 성과를 홍보하는 등 민심 달래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확전 결정 가능성에 대비해 중동 지역에 병력과 무기, 의료진을 추가 배치하며 군사적 선택지를 확대하고 있다. 주요 우방국인 이스라엘과의 관계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와의 회동을 기피하는 등 균열이 감지되고 있으며, 미 하원이 전쟁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등 내외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일부 고위 협상가들은 여전히 외교적 타결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나, 이란이 이해하는 언어는 오직 '무력'뿐이라는 판단 아래 트럼프 대통령은 공습 지속이라는 기존의 '플랜 A'로 완전히 선회하고 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