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차이나] 상장만이 졸업장은 아니다…IPO·M&A·S펀드로 읽는 중국 회수시장 [박지민의 비욘드 차이나]](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7/27/news-p.v1.20260727.cfb622b51f8f43f087b4b7944d23302a_Z1.png)
스타트업 투자생태계 수준은 투자받은 기업 수로 결정되지 않는다. 엔젤과 벤처캐피털, 대기업과 사모펀드가 넣은 돈이 기업공개나 인수합병, 구주 거래를 통해 다시 시장으로 돌아와야 다음 창업기업에 투자할 수 있다. 학교에 입학한 학생이 많아도 졸업하지 못하면 교실이 막히듯, 중국 벤처 시장의 현재 병목은 투자 대상이 아니라 출구에 있다.
중국에는 상하이 커촹반과 선전 촹예반, 베이징증권거래소, 홍콩과 미국이라는 복수 기업공개 시장이 있다. 여기에 전략적 인수합병과 사모지분 유통시장까지 존재한다. 겉으로 보면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졸업 경로를 가진 시장이다. 그러나 어느 거래소에 언제 상장할 수 있는지, 정부와 국유자본이 어떤 가격에 거래를 허용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출구 수는 많지만 회수시점과 현금화 가능성은 낮은 역설이다.
상하이증권거래소 커촹반(上海证券交易所科创板)은 반도체·바이오·첨단장비·신에너지·차세대 정보기술 기업을 위한 시장이다. 일정한 매출과 이익이 없어도 연구개발과 기술 가치를 입증하면 상장할 수 있다.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지만 시장의 본질은 미국 나스닥과 다르다. 성장기업 전반보다 국가가 필요로 하는 기술기업을 선별하는 산업정책형 시장에 가깝다.
선전증권거래소 촹예반(深圳证券交易所创业板)은 혁신형 성장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커촹반보다 산업 범위가 넓어 디지털 서비스와 소비·제조 분야의 성장기업도 접근한다. 베이징증권거래소(北京证券交易所)는 혁신형 중소기업과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강소기업을 위한 시장이다. 많은 기업이 신삼판(新三板)에서 공시와 거래 경험을 쌓은 뒤 베이징증권거래소 상장을 추진한다.
본토 상장 장점은 중국 투자자가 자국 전략기술에 높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 인도기금과 위안화펀드 투자구조에도 잘 맞는다. 현지정부, 국유기업과 공급망 지원을 유지하기도 쉽다.
반면에 상장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다. 기업공개 신청이 몰리거나 시장안정을 위한 속도 조절이 이뤄지면 대기기간이 길어진다. 산업 적합성, 기술 독립성, 연구개발 인력, 주요 고객 의존도와 정부 보조금까지 폭넓게 검증한다. 우수한 기업이라는 사실과 원하는 시점에 상장할 수 있다는 사실은 다르다.
2025년 중국 본토에서는 116개 기업이 기업공개를 통해 1341억4100만위안, 당시 환율로 약 198억달러를 조달했다. 시장은 회복됐지만 과거의 광범위한 상장 붐과는 성격이 다르다. 기업 수보다 반도체·첨단제조·바이오 등 정책산업에 대한 선별이 강화됐다.
홍콩거래소(香港交易所·HKEX)는 중국 기업이 국제자본과 중국 본토자금을 함께 만날 수 있는 시장이다. 달러펀드는 해외 법인구조와 국제회계 기준을 활용할 수 있고, 중국 본토 투자자는 주식시장 연결제도를 통해 일부 종목에 투자한다.
홍콩은 2018년 제18A장 규정을 도입해 매출이 없는 바이오기업 상장을 허용했다. 2023년에는 제18C장 규정으로 인공지능(AI)·반도체·첨단하드웨어·신에너지와 차세대 정보기술 기업에 문을 열었다. 18A 바이오기업은 최소 예상 시가총액 약 1억9000만달러가 필요하다. 18C 기업은 상업화 단계라면 최소 약 5억1000만달러, 상업화 이전이라면 약 10억2000만달러 예상 시가총액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여기에 전문투자자 사전투자, 연구개발 경력, 운영자금과 외부검증 요건이 붙는다.
홍콩은 2025년 세계 1위 기업공개 시장에 복귀했다. 119개사가 약 374억달러를 조달했고, 연말 기준 활성 상태 기업공개 신청은 345건이었다. 적자 기술기업 상장제도가 바이오에서 AI·반도체·로봇으로 확장되고, 중국 본토자금이 시장 유동성을 보강한 결과다.
그렇다고 홍콩이 모든 중국 기술기업 해답은 아니다. 글로벌 기관투자자 저변은 미국보다 좁고, 중소형 기술기업은 상장 후 거래량이 급감할 수 있다. 대형 본토기업 중복상장이 몰리면 상대적으로 작은 스타트업 공모 규모와 관심이 줄어든다. 본토와 홍콩 주식시장 연결제도에 편입되는지에 따라 유동성도 크게 달라진다.
홍콩의 강점은 미국보다 지정학적 위험이 낮고 본토보다 적자 기술기업에 유연하다는 데 있다. 병목은 상장문턱보다 상장 이후 충분한 거래와 분석, 후속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가다.
미국 증시는 여전히 글로벌 기술 기업과 달러펀드가 선호한다. 풍부한 유동성, 글로벌 비교기업, 스톡옵션과 인수합병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주식이 장점이다. 국제매출이 많고 중국 전략산업 규제와 거리가 있는 소프트웨어·소비·전자상거래 기업에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그러나 2023년 이후 중국 기업은 해외 직접 상장과 간접상장 모두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中国证券监督管理委员会)에 신고해야 한다. 케이맨 지주회사와 계약통제 구조(协议控制架构·VIE)를 사용한다고 중국의 산업·외환·데이터 규제를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VIE가 전면 금지된 것은 아니다. 다만 해당 산업에서 외국인 투자가 허용되는지, 계약을 통한 지배가 적법한지, 데이터와 국가안보 문제가 없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미국 측 문턱도 높아졌다. 회계감독 자료 접근 문제는 미·중 당국 협력으로 완화됐지만 제재기업 지정, 데이터보안과 지정학적 위험은 남아 있다.
2025년 3월 기준 미국 거래소에는 중국계 기업 286개가 상장돼 있었고 합산 시가총액은 약 1조1000억달러였다. 미국 시장은 닫히지 않았지만 상장과 유지비용이 커졌다. 나스닥은 2026년 6월부터 중국 기반 기업 기업공개에 최소 2500만달러 공모 조달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유통주식이 적은 소형 중국 기업 가격 급등락과 시장조작 위험을 줄이려는 조치다.
이는 미국 상장이 대형·국제화 기업 중심으로 재편된다는 뜻이다. 중국 내수에서 매출을 올리고 중국 데이터를 보유하며 국유계 자금을 받은 기업이 단순히 높은 기업가치를 기대해 나스닥을 선택하기는 어려워졌다.
기업공개 시장은 초기 자본구조에서 상당 부분 결정된다. 위안화펀드는 중국 내 법인에 직접 투자하고 본토 상장이나 중국 기업에 대한 매각을 선호한다. 정부 인도기금과 국유기업 자금도 대부분 이 구조에 적합하다.
달러펀드는 케이맨제도 등에 해외 지주회사를 만들고 홍콩·미국 상장을 선호한다. 과거 외국인 투자가 제한된 인터넷·교육·미디어 분야에서는 해외 지주회사가 중국 사업회사를 계약으로 통제하는 구조가 활용됐다.
두 구조를 전환하는 데에는 상당한 비용이 든다. 달러 투자자를 정리하고 중국 법인 주주로 바꾸려면 세금, 기업가치 평가, 외환등록과 우선주 권리를 해결해야 한다. 중국 법인을 해외 지주회사 아래로 이동하려면 해외직접투자와 외국인 투자규제, 데이터와 국가안보 심사를 검토해야 한다.
적격외국유한책임투자자(合格境外有限合伙人·QFLP) 제도는 해외자금이 승인된 범위에서 중국 내 사모펀드와 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그러나 도시마다 세부규칙과 환전·회수 절차가 다르다.
중국에 투자하는 한국 기관이 기업가치와 성장률만 봐서는 안 되는 이유다. 어느 법인에 어떤 통화로 투자하는지, 정부자금 지역 조건이 있는지, 전략적 투자자 우선권이 무엇인지, 어느 시장에서 누구에게 지분을 팔 수 있는지를 투자 전에 확인해야 한다.
중국 투자시장 가장 큰 문제는 투자대상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회수가 지연된다는 데 있다. 2014년에 결성된 펀드 투자기업 가운데 2025년 4월까지 회수된 비율이 24.2%에 불과하다는 민간 조사도 있다. 펀드 운용 기간은 끝나가지만 기업공개도 매각도 이뤄지지 않은 자산이 쌓여 있다.
기업공개가 지연되면 벤처캐피털은 새 펀드를 결성하기 어렵다. 출자자는 현금분배를 받지 못하고 다음 펀드에 출자하지 않는다. 운용사는 초기기업보다 빨리 상장할 가능성이 있는 후기기업을 선호한다. 회수 병목이 초기투자 위축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중국 정부가 2024년 발표한 인수합병 활성화 조치는 상장기업이 적자 기술기업과 비상장 자산을 인수할 수 있도록 심사와 가치평가의 유연성을 높였다. 상장 실패기업 구제보다 산업통합과 기술확보 수단으로 인수합병을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2025년 중국 인수합병 시장에서는 1만2000건이 넘는 거래가 발표됐고 거래금액은 4000억달러를 웃돌았다. 전년보다 47% 증가한 규모다. 중국 내 전략적 거래는 3639건, 약 2390억달러로 83% 늘었다. 10억달러 이상 초대형 거래는 55건이었다. 이 가운데 중국 내 전략적 거래가 34건이었으며, 그 절반 이상을 국유계 자본이 주도했다.
시장 확대를 그대로 민간 인수합병의 성숙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지방정부와 국유기업이 산업통합과 기업구제를 목적으로 주도한 거래가 상당수다. 시장가격보다 정책목표가 우선하는 거래에서는 인수 이후 효율성과 소수주주 보호 문제가 남는다.
그럼에도 중요한 변화는 벤처캐피털과 창업자가 기업공개 이외의 졸업경로를 진지하게 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상장기업이 주식을 발행해 기술기업을 인수하거나, 대기업이 스타트업 사업부와 기술팀을 인수하는 거래가 늘고 있다. 독립상장만이 성공이라는 인식이 약해지는 것이다.
기업 자체가 상장되거나 매각되지 않아도 기존 투자자는 지분을 다른 투자자에게 팔 수 있다. 이를 사모지분 유통시장(私募股权二级市场) 또는 S펀드 시장이라고 한다.
2025년 상반기 중국 S펀드 거래규모는 784억위안, 당시 환율로 약 116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89% 증가했다. 지방 국유자본, 보험사, 금융기관과 전문 S펀드가 오래된 벤처펀드 지분이나 여러 비상장기업의 구주를 묶어 산다.
거래에 따라 장부가치보다 40~50% 할인된 가격이 적용되는 사례도 있다. 이는 무조건적인 헐값 매각이라기보다 유동성 가격이다. 상장시점을 알 수 없고 기업정보가 불투명하며 기존 주주 우선매수권과 양도제한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출구는 환매다. 중국 투자계약에는 기업공개나 후속투자가 정해진 기간 안에 이뤄지지 않으면 창업자와 지배주주가 투자자 지분을 되사도록 하는 조항이 흔하다. 투자자에게는 보호장치지만 기업에는 현금 위기가 된다. 여러 투자자가 동시에 환매를 요구하면 성장기업도 무너질 수 있다. 환매는 정상적인 회수시장이라기보다 회수시장 부재가 만든 비상구다.
2025년 기업공개에 성공한 중국 기업 가운데 벤처캐피털·사모펀드가 보유한 지분 장부상 회수수익은 약 638억달러로, 2024년의 약 295억달러보다 크게 늘었다. 반면에 평균 장부상 투자배수는 3.53배에서 2.89배로 낮아졌다. 이는 상장에 따른 평가이익이 늘었다는 뜻이지, 투자자가 같은 규모 현금을 실제로 회수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중국 투자생태계 다음 과제는 더 많은 유니콘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오래된 펀드에 묶인 지분을 정리하고 그 자금을 초기 기술기업으로 돌려보내는 것이다. 국가펀드가 신규 자금을 공급하더라도 기존자본이 빠져나오지 못하면 민간 출자자는 돌아오지 않는다.
중국 강점은 커촹반·홍콩·미국·인수합병을 아우르는 복수의 회수경로를 갖췄다는 점이다. 병목은 거래소와 정책, 국유자본 영향이 커지면서 시장가격과 회수 시점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한국은 벤처투자 코스닥 상장 의존부터 낮춰야 한다. 기업공개 심사와 증시 상황이 얼어붙으면 전체 벤처투자가 동시에 위축되는 구조에서는 장기 기술 투자가 어렵다.
정부는 기술기업 인수합병에 대한 세제와 인수금융, 주식교환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부실기업 구제와 기술확보형 인수를 구분하고, 상장기업이 초기 기술기업을 인수할 때 발생하는 회계·공시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
금융권은 구주 거래와 S펀드를 정상적인 자본순환 시장으로 육성해야 한다. 오래된 펀드자산을 할인해 인수하는 것을 실패처리로만 보지 말고 가격발견과 유동성 공급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연기금과 보험사는 전문 운용사를 통해 장기 비상장자산의 2차 거래에 참여할 수 있다.
대기업은 내부 연구개발만으로 확보하기 어려운 기술을 인수합병으로 보완하되 인수한 스타트업 인력과 의사결정 구조를 유지할 통합역량을 갖춰야 한다. 인수한 뒤 핵심인력이 떠난다면 기술을 산 것이 아니라 건물과 계약서만 산 셈이다.
지자체는 지역기업 기업공개 건수를 성과로 내세우기보다 지역 중견기업과 스타트업 사이 인수·합작·구주 거래를 연결해야 한다. 대학은 교원창업기업 상장만 목표로 삼지 말고 기술이전, 사업부 매각과 공동기업 설립 등 다양한 회수방식을 인정해야 한다.
스타트업은 투자유치 단계부터 상장, 전략적 매각, 구주 거래 가운데 가능한 경로를 설계해야 한다. 환매조항과 우선매수권이 훗날 어떤 출구를 막는지 확인하고, 해외 상장을 고려한다면 초기부터 법인·데이터·회계 구조를 맞춰야 한다.
혁신생태계 수준은 유니콘 수로 결정되지 않는다. 실패한 자본과 성공한 자본이 모두 시장으로 돌아와 다음 실험을 가능하게 하는지가 중요하다. 그렇다면 한국은 기업공개라는 한 개의 졸업장만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인수합병·구주 거래·S펀드까지 포함하는 복수의 졸업시장을 만들 것인가.
김현민 기자 min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