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본사 전경. [사진= 각 사 제공]](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9/09/news-p.v1.20260909.826227c3b5e443f5b4096ebc248abaf6_P1.jpg)
은행과 전사적자원관리(ERP) 업체 간 영역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은행은 기업뱅킹에 장부·자금관리 등 ERP 기능을 직접 넣고, ERP 업체는 은행과 손잡고 기업 업무 플랫폼 안에서 금융을 제공한다. 기업 경영데이터가 신용평가와 맞춤형 금융의 핵심 자원으로 떠오르면서 기업금융 플랫폼을 둘러싼 경쟁이 확산하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기업뱅킹을 기존 '뱅킹 중심 플랫폼'에서 '기업 경영활동 전반을 지원하는 ERP 중심 플랫폼'으로 전환한다. 자동화 장부와 자금관리 기능을 기업뱅킹에 내재화하고 거래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업관리 정보를 제공한다. 현금흐름을 분석해 사업자에게 필요한 금융상품을 적시에 제시하고 급여 업무도 하나의 과정으로 연결한다.
금융거래와 회계업무도 연결한다. 거래가 발생하면 회계 계정과목을 자동으로 분류·연결해 은행 거래 이후 기업이 다시 회계정보를 입력하는 과정을 줄인다. 단순 조회·이체 채널이었던 기업뱅킹을 기업의 자금관리와 경영활동을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넓히는 것이다.
반대편에서는 더존비즈온과 제주은행이 ERP를 기반으로 금융 영역을 넓히고 있다. 양사는 디지털 기업금융 브랜드 'DJ Bank'를 통해 실시간 ERP 데이터 기반 대안신용평가를 도입하고 법인 자금관리와 대출 등 금융서비스를 기업의 업무 흐름 안으로 연결하고 있다. 은행에서 출발해 ERP 기능을 흡수하는 KB와 달리 ERP에서 출발해 금융을 내재화하는 구조다.
더존비즈온은 ERP 데이터 활용을 AI 신용평가로도 확대하고 있다. 테크핀레이팅스·KAIST와 기업 거래관계망을 분석하는 AI 신용평가 모형을 개발했으며, 기존 재무정보와 결합할 경우 신용 예측 성능이 향상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ERP가 단순 회계·업무 시스템을 넘어 기업의 신용과 자금수요를 판단하는 데이터 기반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 재무제표만으로 파악하기 어려웠던 거래처 집중도나 거래 상대방의 부실 위험 등 실제 사업 관계까지 금융 판단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재무정보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소기업·개인사업자의 금융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은행권도 ERP를 새로운 기업금융 접점으로 확보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뱅크인'을 통해 ERP에서 계좌조회와 이체 등 금융업무를 처리하도록 하고 있으며, NH농협은행은 ERP와 'NH임베디드플랫폼' 연계를 확대하고 있다. 하나은행도 기업 ERP와 은행 시스템을 연결해 지급정보 등록과 회계처리를 자동화하는 ERP 뱅킹을 제공하고 있다.
기업금융 경쟁의 핵심도 금융상품 자체에서 기업이 일하는 플랫폼과 경영데이터 확보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졌다. 은행은 기업의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필요한 금융을 먼저 제안할 수 있고, ERP 사업자는 축적된 경영데이터를 활용해 금융과 신용평가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금융 경쟁이 단순 계좌·대출상품에서 기업의 업무 플랫폼과 데이터 활용 역량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ERP 데이터가 신용평가와 자금수요 예측까지 활용되면서 은행과 ERP 업체 간 경계도 더욱 빠르게 허물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금융 ‘ERP·경영 플랫폼’ 경쟁 현황 - [자료= 취재 종합]](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9/09/news-t.v1.20260909.e35e698a49ac4bc98bb5dd38738d7698_P1.png)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