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 항암제 초기 임상 성과로 기술이전 협상 '본게임' 돌입

신라젠이 항암제 후보물질 'BAL0891'의 초기 임상 데이터를 토대로 글로벌 기술이전 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안전성과 내약성에 더해 일부 환자에서 완전관해와 부분관해까지 확인하면서 파트너링 논의를 실제 임상 결과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박상근 신라젠 각자대표는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과거에는 임상 디자인과 비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사업개발 활동을 했다면 지금은 임상 결과로 약물의 방향성을 보여줄 수 있게 됐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개발 전략이 맞는 파트너사를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상근 신라젠 공동대표
박상근 신라젠 공동대표

신라젠은 지난 6월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바이오 USA 2026에 참가해 'BAL0891'과 차세대 항암 바이러스 플랫폼 'SJ-600' 계열을 앞세워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들과 잇달아 파트너링을 했다. 기존 협력 후보사와 개발 현황을 공유한 것은 물론 새로운 파트너 후보사와 글로벌 빅파마들을 만났다.

BAL0891은 세포 분열 과정에 관여하는 핵심 효소인 트레오닌 타이로신 키나제(TTK)와 폴로-라이크 키나제1(PLK1)를 동시에 억제하는 계열 내 최초(퍼스트 인 클래스) 차세대 항암 이중 저해제다.

신라젠은 임상 1상 초기 결과에서 드러난 BAL0891의 안전성과 내약성에 주목했다. 기존 TTK·PLK1 단일 저해제는 약효가 나타나는 용량과 독성이 발생하는 용량 차이가 크지 않아 후속 개발에 어려움을 겪은 사례가 있었다. BAL0891은 두 표적에 대한 억제 강도를 적절히 조절해 기존 약물의 한계를 보완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박 대표는 “파트너사들이 안전성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며 “BAL0891은 두 표적의 저해 정도를 적절히 조합했고 현재까지 안전성 결과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양한 고형암 환자가 참여한 임상 1상에서 완전관해(CR)와 부분관해(PR) 사례를 확인하며 초기 항암 효과도 관찰됐다. 다만 환자 수가 적고 여러 암종이 포함된 초기 임상인 만큼 특정 암에서 효능이 입증됐다고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신라젠은 반응이 나타난 환자와 암종을 분석해 후속 임상에서 우선 개발할 적응증을 선별할 계획이다.

신라젠은 기존 임상에서 BAL0891 단독 투여와 파클리탁셀 병용 투여 모두 반응 사례가 나타난 만큼 현재 단독요법과 병용요법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고 있다.

신라젠은 내년 상반기까지 BAL0891의 임상·사업 전략과 맞는 파트너사를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 구체 협상 대상과 진행 단계는 비밀유지계약과 공시 의무 등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항암바이러스 표면에 CD55 등 면역 회피 단백질을 발현시켜 체내 면역체계와 중화항체의 공격을 피하도록 설계한 플랫폼 'SJ-600 시리즈'도 새로운 성장축으로 육성하고 있다.

박 대표는 “기존 항암바이러스는 혈액으로 투여했을 때 종양에 도달하기 전에 면역체계 공격을 받아 상당수가 제거된다”며 “CD55를 바이러스 표면에 발현해 중화항체의 영향을 줄이고 반복 투여 가능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신라젠은 바이러스 표면에 보체 조절 단백질인 'CD55'를 발현하는 'SJ-650'을 선도물질로 확보했다. CD55와 CD59가 동시 발현하는 'SJ-640'도 후속 후보물질로 갖췄다. 면역 회피 기능뿐만 아니라 암세포 공격력을 높이는 페이로드를 탑재한 후속 후보물질도 연구하고 있다.

박 대표는 “과거 하나의 대형 파이프라인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임상과 비임상 자산을 다양하게 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 직접 임상을 수행하는 바이오 기업이 많이 줄었지만 신라젠은 임상개발 경험을 축적해온 회사”라며 “현재 진행 중인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개발해 임상 중심 바이오 기업도 성장할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