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뷰티 디바이스 업체들이 가정용 미용기기를 넘어 병원용 의료기기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다. K뷰티테크 저변을 넓히기 위해 까다로운 인증 장벽을 넘어서는 것이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27일 아모레퍼시픽홀딩스는 피부미용 의료기기 전문기업 하이어코퍼레이션과 뷰티·메디컬 분야 협력 강화를 위한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스킨부스터, 코스메슈티컬, 의료기기 등 피부미용 관련 제품 개발 및 사업화를 추진한다. 아모레퍼시픽은 올 초 마이크로니들 RF 기술을 보유한 비올메디컬과 업무협약을 맺고 병원 시술 전문 솔루션도 공동 개발 중이다.
에이피알은 전문가용 에너지 기반 의료기기(EBD)를 출시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 고주파(RF)·초음파(HIFU) 활용 의료기기를 선보이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료기기 인허가 획득 절차에 들어갔다. 생산은 계열사 에이피알팩토리가 담당한다.
아토팜·제로이드 운영사 네오팜은 바이오스티뮬레이터 의료기기 '힐로웨이브'를 지난해부터 전국 의원에 공급하고 있다.
화장품 기업들이 가정용 시장을 넘어 의료용 시장을 노리는 배경은 마진 구조에 있다. 에이피알 메디큐브 화장품이 2만~3만원대, 홈 뷰티 디바이스는 수십만원 수준이지만 병원용 의료기기는 수천만원대에 가격이 형성됐다. 성숙기에 접어든 화장품 사업 마진 압박을 고마진 의료기기 영역으로 돌파하려는 전략이다. 기술 경쟁력 입증도 의료용 시장을 공략하는 배경이다. 브랜드 파워와 팬덤 기반 마케팅에서 나아가, 병원 입점을 통해 차별화된 기술력을 입증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업계는 가정용 기기 지평을 넓혀 의료용 기기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삼일PwC경영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EBD 시장은 2025~2034년 연평균 18% 성장이 전망된다. 국내에서 클래시스·원텍·비올 등 주요 기업 1분기 실적도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시장 성장 기대감에 힘입어 관련 기업 인수합병(M&A)도 최근 활발하게 진행되는 추세다.
다만 해외시장 진입을 위해서는 국가별 인증 체계 확보가 과제로 꼽힌다. 미국은 제품이 표방하는 효능에 따라 규제 경로가 갈린다. 치료적 효능을 주장하면 식품의약국(FDA) 심사 대상이 돼 대부분 2등급 의료기기로 분류되며, 기존 제품과의 동등성을 입증하는 510(k) 승인을 받아야 한다. 유럽에서는 의료기기를 판매하기 위한 규정 CE MDR에 따라 별도 인증기관 심사가 필요하다. 상품이 소비자 건강·위생·안전·환경 관련 역내 규격 조건을 준수하고 신뢰성을 확보해야 CE 마킹이 주어진다. 일본은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 중국은 국가약품감독관리총국(NMPA) 인증이 각각 요구된다. 국가마다 절차와 기준이 달라 개별로 획득해야 하는 데다, 인증 비용과 시간 부담이 커 초기 제품 기획·개발 단계부터 인증까지 염두에 두고 시장 문을 두드리는 것이 중요하다.
삼일PwC경영연구원은 “고도화된 규제환경으로 인해 국내 중소기업의 직접 진입이 쉽지않고, 인증비용, 시간, 지속관리 등 부담이 글로벌 진출 속도에 제약 요인으로 꼽힌다”면서 “고강도 규제 환경 속 제품 안전성, 유효성을 입증할 글로벌 임상 데이터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정다은 기자 dand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