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화 전·후 예측을 넘어 변화 원리까지 스스로 찾아 이해하는 AI가 등장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배충식) 연구진이 이룬 성과다.
KAIST는 전산학부 안성진 교수팀이 AI가 관측한 정보만으로 세계의 작동 원리를 스스로 이론화하도록 하는 새로운 학습 패러다임 '이론화 학습(L2T)'을 제안하고, 이를 구현한 신경망 기반 이론 생성 모델 'NEO(Neural Theorizer, 네오)'를 개발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지난 9일 서울에서 열린 세계 최고 권위의 인공지능 학회 제43회 국제기계학습학회(ICML 2026)에서 구두발표 논문으로 선정됐다. 전체 투고 논문 2만3918편 가운데 상위 0.7%(168편)에 해당하는 성과다. 또 구성적 학습 워크숍에서는 최우수논문상을 수상했다.
월드모델은 로봇 제어와 자율주행, 생성형 AI, 자율 에이전트(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AI) 등 다양한 분야의 핵심 기반기술이다. 지금까지 월드모델은 주로 '다음에 무엇이 일어날지'를 예측하는 데 초점을 맞춰 왔는데, 다음 장면을 잘 예측해도 왜 그런 변화가 일어났는지는 이해하지는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인간의 학습 방식에서 해결책을 찾았다. 사람은 말을 배우기 전 어린 시절부터 세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한 내부 이론을 스스로 만들며 세상을 이해한다. 이런 발달인지과학 관점을 인공지능에 적용해, 세상의 원리를 스스로 이해하는 AI를 구현했다.
연구팀이 제안한 L2T는 '변화 전'과 '변화 후' 관측 결과만 제시하면 그 사이에서 어떤 규칙이 작동했는지를 스스로 찾아낸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연구팀은 NEO도 함께 개발했다. NEO는 관측된 변화 속에 숨어 있는 규칙을 스스로 찾아 이를 실행 가능한 형태의 규칙으로 정리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규칙은 새로운 상황에서도 자유롭게 조합해 활용할 수 있다.
NEO는 회전, 이동, 색칠과 같은 기본 규칙을 각각 독립적으로 스스로 학습한다. 이후 학습 과정에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새로운 조합인'아래로 이동한 뒤 색을 칠하고 회전하는' 작업이 주어져도, 이미 익힌 기본 규칙들을 조합해 새로운 상황을 설명하고 해결할 수 있다.
연구팀은 다양한 실험을 통해 이번 기술이 구성적 일반화(기존에 배운 기본 규칙을 조합해 처음 보는 문제까지 해결하는 능력)에서 기존 방식보다 뛰어난 성능을 보였음을 입증했다.
안성진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인공지능(AI)의 세계 이해를 단순한 미래 예측에서 세상의 작동 원리를 스스로 설명하는 단계로 확장한 첫걸음”이라며 “예측 중심의 월드모델을 넘어 '월드 시어리 모델(World Theory Model)'이라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전산학부 백두진·이규빈 석사과정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