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AI 패권의 승부처는 전력망이다

'전력망 3법'과 '재생에너지 이익공유법'으로 돌파구 열어야

안도걸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국회재정경제기획위원회)
안도걸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국회재정경제기획위원회)

미국은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에 뛰어들며 가장 먼저 발전소와 전력망부터 점검했다.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과 메타는 AI 모델 개발을 넘어 발전소와 송전망, 데이터센터 입지 확보 경쟁까지 벌이고 있다. AI는 반도체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막대한 전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AI 시대의 승패는 알고리즘보다 전력망에서 갈린다.

지금 세계는 AI 데이터센터 유치 전쟁 중이다. 반도체,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 등 이른바 '3대 메가프로젝트'를 둘러싼 전 세계 시장규모가 2030년 초반 기준 44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각국이 치열한 유치전에 나서지만, 결국 승부를 가르는 기준은 안정적이고 저렴한 전력을 제때 공급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문제는 앞서가는 AI산업을 전력망이 제때 받쳐 주지 못하는 데에 있다. 정부의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잠정안에 따르면 AI 데이터센터 확산 등으로 2040년 전력수요는 현재보다 최대 26% 증가하고, 최대전력 수요도 1.4배 늘어날 전망이다. AI 산업이 커질수록 발전설비와 송배전망은 국가 경쟁력의 핵심 인프라가 된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국내 전력망 구축을 사실상 전담하는 한국전력공사는 200조원이 넘는 부채와 470%에 육박하는 부채비율로 대규모 투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주민 민원과 인허가 지연까지 겹치면서 주요 송전선로 건설은 평균 7~8년씩 늦어지고 있다. AI 산업의 최대 병목은 기술이 아니라 전력망에서 생기고 있다.

이 병목을 뚫기 위해서는 국회에 계류 중인 '전력망 확충 3법'의 조속한 통과가 절실하다.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과 전기사업법, 전원개발촉진법 개정안은 한전이 독점해 온 전력망 구축에 민간의 자본과 건설 역량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기반을 담고 있다.

핵심은 BT(Build-Transfer) 방식이다. 민간이 건설하고 시설의 소유와 운영은 국가가 맡는다. 공공성은 지키고, 속도와 투자 여력은 확보하는 현실적 해법이다. 한전의 재무 부담을 덜면서 전력망 건설을 앞당길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돌파구다.

전력망 확충과 함께 발전설비 확대도 속도를 내야 한다.

첫째, 영농형 태양광을 전략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농업과 재생에너지를 함께 살리는 모델이다. 농지 이용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산업단지와 데이터센터 인근에 집중 배치하면 송전 비용도 줄일 수 있다.

둘째, 육·해상 풍력을 과감히 늘려야 한다. 인허가 절차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장기 입찰제도를 안정적으로 운영해 민간 투자를 끌어내야 한다. 특히 서남해안은 세계 최고의 해상풍력 잠재력을 보유한 지역이다.

셋째, 차세대 소형모듈원전(SMR)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SMR은 안전성과 입지 유연성이 뛰어나 AI 데이터센터의 분산형 전원으로 가장 적합하다. 한국형 SMR 기술 개발과 표준화, 실증사업을 국가 전략사업으로 추진해야 한다.

무엇보다 주민 수용성을 높이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발전시설은 지역에 부담을 주지만, 이익은 외부로 빠져나가는 구조다. 하지만 이제 바뀌어야 한다. 신안군의 '햇빛연금'처럼 발전 이익을 주민과 공유하는 제도를 전국으로 확산해야 한다.

태양광과 풍력이 혐오시설이 아니라 안정적인 소득원이 될 때 지역에서 반대할 이유도 사라진다. '햇빛연금'과 '바람연금'은 재생에너지 정책인 동시에 지역균형발전 정책이다. 주민 수용성을 높이는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기도 하다. 이를 뒷받침할 '재생에너지 이익공유법' 제정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AI 산업의 경쟁력은 반도체에서 시작하지만 전력망에서 완성된다. 전력이 부족하면 AI는 멈추고, 송전망이 늦어지면 투자도 끈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이상의 논쟁이 아니라 더 빠른 실행이다.

전력망 확충 3법의 조속한 통과, 민간투자 활성화, 영농형 태양광과 해상풍력 확대, SMR 개발, 주민과 이익을 공유하는 '햇빛연금·바람연금'의 제도화는 더이상 선택이 아니다. AI 시대 국가 경쟁력을 지키기 위한 필수 과제가 되었다.

세계는 우리를 기다려주는 아량을 베풀지 않는다. 전력망을 먼저 놓는 나라가 AI 패권을 차지한다. 지금이 바로 그 골든타임이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재정경제기획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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