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멕시코 최고 명문 대학인 멕시코국립자치대학교(UNAM)가 커닝을 방지하기 위해 인공지능(AI) 감독 시스템을 도입해 입학시험을 치렀으나 대규모 부정행위 정황이 포착되면서 합격자 수만명의 입학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2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UNAM은 최근 치러진 입학시험에서 전체 응시자 약 15만명 중 만점 수치 및 이상 고득점자가 급증하는 등 인공지능 도구 활용이나 문제 사전 유출 정황을 발견하고 약 3000건의 시험을 무효로 했다.
문제는 이에 따라 부정행위 의심을 받지 않는 응시자를 포함한 합격권 학생 전체가 조사의 여파로 대기 상태에 머물게 된 것이다.
베라크루스 출신의 다니엘 페르난도 가르시아 벨라스케스 역시 대기 중인 응시생이다. 그는 멕시코시티까지 400km를 이동해 세 차례 시험을 치렀으나 매번 낙방하다, 올해 6월 처음으로 도입된 온라인 시험에서 120점 만점에 94점을 받아 커뮤니케이션·언론학과에 합격권 성적을 거두었다. 그러나 부정행위 논란으로 등록이 전면 중단되면서 입학이 불투명해졌다.
피해를 본 응시자들과 학부모들은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도입된 AI 감시 시스템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논란이 거세지자 UNAM 물리학과 출신인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대학 측에 검찰 수사 의뢰를 권고하기도 했다.
16세기에 설립되어 1929년 자치권을 획득한 UNAM은 멕시코 계층 이동의 핵심 사다리 역할을 해온 국립대학으로, 매년 10만 명 이상이 응시하지만 합격률은 10~20% 수준에 불과하다. 대학 측은 지방 학생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온라인 시험과 AI 감시 시스템을 도입했으나 오히려 혼란을 초래했다.
조사 위원회는 올해 만점자 수가 예년에 비해 3배 이상 늘었으며, 0점이나 극단적인 저득점자 수도 함께 증가하는 등 이상 징후가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SNS상에는 감시 시스템을 우회하는 방법이 공유됐으며, 시험을 대신 풀어주는 소프트웨어가 암거래되기도 했다.
위원회 조사 결과 휴대전화 사용, 대리 시험, 타인 동석 등의 부정행위가 확인됨에 따라, 대학 측은 올해 및 최근 5년간 합격권 성적을 거둔 응시자 약 5만8000명을 대상으로 대면 재시험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정확한 재시험 일정과 장소는 추후 공지될 예정이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