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이후 K-팝 아이돌 30년 첫 전수분석…“1,182개 그룹 중 성공은 극소수”

김정섭 성신여대 교수, K-팝 세계화 신화 뒤에 숨은 경쟁 법칙과 생존·성과 구조 처음 밝혀

“히트 신호인 앨범 30만 장 돌파 그룹은 3.55%뿐 … 연평균 40팀 데뷔, 평균 4.12년 생존”

김정섭 성신여대 교수
김정섭 성신여대 교수

1996년 H.O.T.의 등장으로 본격화된 국내 기획형 아이돌 시스템이 30년을 맞은 가운데, K-팝 아이돌 산업의 경쟁 구조와 생존 패턴을 실증적으로 분석한 첫 학술 연구가 발표됐다. 세계적인 K-팝 성공 신화 이면에는 극심한 경쟁과 소수에게 성과가 집중되는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K-컬처 전문가이자 글로벌K-컬처경제포럼(GKCEF) 회장인 김정섭 성신여자대학교 문화산업예술학과 교수는 최근 발간된 『한국엔터테인먼트산업학회논문지』(제20권 제4호)에 'K-pop 아이돌 음악산업의 생존과 히트 구조: H.O.T. 이후 30년간(1996~2025) 데뷔한 1,182개 그룹 전수분석' 논문을 게재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대중음악산업협회(KPIA) 등록 기준으로 1996년부터 2025년까지 데뷔한 아이돌 그룹 1,182개 팀을 대상으로 통계 분석과 코호트 분석, 전문가 심층 인터뷰를 병행한 최초의 전수조사다. 이를 통해 K-팝 산업의 생존 구조와 성공 메커니즘을 실증적으로 규명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 30년 동안 매년 평균 39.4개 아이돌 그룹이 데뷔했지만,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그룹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음악업계에서 제작비와 마케팅비 회수의 기준으로 여겨지는 '단일 앨범 30만 장 판매'를 달성한 그룹은 전체의 3.55%(42팀)뿐이었다. 또 '대히트'의 상징으로 평가되는 단일 앨범 100만 장 판매 그룹은 1.61%(19팀)에 그쳤다.

H.O.T. 이후 K-팝 아이돌 30년 첫 전수분석…“1,182개 그룹 중 성공은 극소수”

누적 앨범 판매량 1,000만 장을 돌파한 그룹은 BTS, 세븐틴(SEVENTEEN), 스트레이 키즈(Stray Kids), 엑소(EXO), 트와이스(TWICE), 엔시티(NCT),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앤하이픈 등 단 8개 팀(0.68%) 등 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BTS 이후에도 글로벌 팬덤을 구축한 대표 그룹들이 등장하며 '포스트 BTS 시대'가 형성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아이돌 산업의 생존 구조도 뚜렷한 특징을 보였다. 전체 그룹의 평균 활동 기간은 4.12년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적인 전속계약 기간인 7년의 약 59% 수준이다. 연구는 데뷔 후 1~3년 동안의 시장 성과가 이후 투자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 때문에 상당수 그룹이 계약 기간을 모두 채우지 못한 채 활동을 종료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성별에 따른 차이도 확인됐다. 보이그룹의 평균 활동 기간은 5.11년으로 걸그룹(3.13년)보다 약 2년 길었다. 연구진은 충성도 높은 팬덤 중심의 소비 구조를 가진 보이그룹과 대중성 및 행사 중심 수익모델에 의존하는 걸그룹 간 사업 구조 차이가 생존 기간의 차이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업계에서 중요한 지표로 평가되는 데뷔 후 3년 생존율은 55.03%로 집계됐다. 이는 일반 중소기업의 창업 후 3년 생존율(41.5%)보다는 높고 정부 지원 창업기업(68.1%)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김 교수는 “아이돌 산업은 본질적으로 고위험 산업이지만 기존에 알려진 것처럼 지나치게 위험한 산업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며 “실증 데이터를 기반으로 투자 위험성을 보다 객관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는 K-팝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장기 성장형 아이돌 육성 체계 도입과 실패 이후 재도전이 가능한 산업 구조 마련, 중소 기획사 공동 인프라 지원, 무분별한 데뷔 억제를 위한 사전 검증 강화, 글로벌 시장 확대와 국내 생태계의 균형 있는 성장 등을 정책 과제로 제안했다.

김정섭 교수는 “이번 연구는 K-팝 성공 이면의 경쟁과 성과 구조를 30년간의 전수 데이터를 통해 처음으로 실증 분석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의 K-팝은 BTS 중심의 단일 성공 모델을 넘어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성렬 기자 hisabisa@etnews.com

  • ET Ev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