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전력 배터리 교체와 재활용 문제가 산업 전반의 새로운 과제로 부상했다. 배터리 교체 비용이 차량 잔존가치를 웃도는 사례가 늘어나는 가운데 공식 재활용 체계보다 비공식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산업 생태계의 구조적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이다. 신에너지차(NEV) 연간 판매량은 2018년 약 120만대에서 2025년 1600만대 이상으로 증가했고, 누적 보급 대수는 4300만대를 넘어섰다. 배터리 평균 수명이 6~10년인 점을 고려하면 초기 보급 차들이 올해부터 본격적인 교체 및 폐기 시기에 진입하고 있다. 업계는 2026년 중국에서 발생하는 폐 전력 배터리 규모가 43GWh, 무게 기준으로는 100만톤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배터리 교체 비용은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 전기차 차주는 차량 구입 후 3년도 지나지 않아 배터리팩이 완전히 고장 났지만,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보증기간 종료를 이유로 7만~9만위안의 교체 비용을 안내받았다고 밝혔다. 반면 해당 차량의 중고 시세는 4만~5만위안 수준에 불과했다.
이 같은 사례는 드물지 않다. 중국 자동차 품질 플랫폼에는 주행거리 감소와 배터리 팽창, 냉각수 누출 등을 둘러싼 민원이 지속적으로 접수되고 있다. 일부 차량은 하부 충격이 가벼운 경우에도 배터리 전체 교체를 권고받았으며, 견적은 8만~20만위안에 달하는 사례도 보고됐다.
중국 자동차산업연구기관(CIRI)에 따르면 일부 전기차의 배터리 교체 비용은 차량 가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일부 모델에서는 배터리 교체 비용이 신차 구매 비용을 웃도는 사례도 나타난다. 업계에서는 높은 유지보수 비용이 중고 전기차 가치 하락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중국 정부도 제도 정비에 나섰다. 산업정보기술부 등 6개 부처는 올해 '신에너지차 폐전력배터리 재활용 및 종합 활용 관리 임시조치'를 시행했다. 차량 폐차 시 배터리를 함께 반납하도록 의무화하고, 배터리 제조사 재활용 책임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핵심이다. 국가 차원의 배터리 이력 추적 시스템 구축도 추진한다.
정부는 제도 시행 직후 전국 단위 특별 단속을 실시해 1200여개 불법 재활용 업체를 적발했다. 그러나 공식 재활용 체계 실효성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현재 중국에는 산업정보기술부가 지정한 156개 재활용 기업이 운영되고 있지만 실제 처리량은 설비 능력을 크게 밑돈다. 2025년 기준 공식 업체의 연간 처리 능력은 423만톤을 넘어섰지만 실제 재활용 물량은 약 65만톤에 머물러 평균 가동률은 20%에도 미치지 못했다.
반면에 폐배터리 상당수는 비공식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전체 폐배터리 가운데 공식 재활용 체계로 들어오는 물량이 10~2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한다. 환경 규제와 안전 기준, 세금 부담을 지지 않는 소규모 작업장이 공식 업체보다 15~20% 높은 가격으로 폐배터리를 매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안전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일부 불법 업체는 폐 전력 배터리를 해체해 전기자전거용 배터리로 재조립한 뒤 시중에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 관리 체계를 벗어난 배터리 유통이 화재 위험을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공식 업체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는 구조가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 보증이 끝난 차량의 경우 소비자들은 공식 서비스보다 저렴한 비공식 교체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일부 차주는 공식 가격의 3분의 1 수준으로 배터리를 교체한 사례도 공개했다.
배터리 재활용 산업 수익성 악화는 글로벌 현상이다. 미국에서는 주요 배터리 재활용 기업 Ascend Elements가 올해 파산보호를 신청했고, Li-Cycle도 파산 절차를 밟았다. Redwood Materials 역시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당분간 재활용 원료 대부분이 폐배터리가 아닌 제조공정 스크랩에서 공급될 것으로 전망했다. 리튬 가격 급락도 재활용 기업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중국은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이라는 점에서 장기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는 평가다. 시장조사업체들은 중국 리튬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가 2025년 222억위안에서 2026년 527억위안으로 두 배 이상 성장하고, 2030년에는 1000억위안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업계에서는 향후 시장 확대의 핵심 변수로 폐배터리를 공식 재활용 체계로 유입시키는 제도적 장치가 꼽힌다. 여기에 2027년부터 유럽연합(EU)의 '배터리 여권(Battery Passport)' 제도까지 시행되면서 중국 배터리 산업도 재활용 이력 관리와 공급망 투명성 확보가 새로운 경쟁력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전자신문과 36케이알이 공동 기획한 기사입니다.
김현민 기자 min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