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집권 여당의 역할을 강조하며 정치적 구호나 선명성 경쟁보다 대화와 설득을 통한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개혁의 목표와 원칙을 지키되 상대의 저항을 최소화하고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야 실제 제도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주장보다 실천, 목소리보다 결과로 책임지는 이른바 '조용한 개혁'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외교부·통일부·국방부·국가보훈부 등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자신이 가진 이념과 가치를 실현하는 방법은 최대한 상대를 설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집권 여당의 역할은 야당일 때와 달라야 한다는 입장을 꾸준히 밝혀왔다. 야당일 때는 주장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국정 운영의 권한과 책임을 맡은 뒤에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실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설명이다.
대화와 설득을 강조한 이번 발언 역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집권 세력은 개혁 과제를 정치적 구호에 머물게 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상대방을 설득해 실제로 제도를 바꾸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메시지다. 개혁의 목표와 원칙은 지키되 이를 실현하는 과정에서는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고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는 취지로 보인다.
이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개혁 과제를 둘러싸고 여당 내에서 강경한 주장에 기댄 선명성 경쟁이 이어진 것이 오히려 국정 추진 동력을 떨어뜨리고 정부의 발목을 잡은 것이라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도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가 옳다고 해도 이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는 지속 가능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이념과 가치를 타인에게 강요하는 건 쉽지 않다. 일방적인 지배를 하고 있을 때도 일시적으로만 가능하다”며 “요란하게 주장하고 상대에게 삿대질하면서 압박하면 잠깐은 될지 모르지만 필연적으로 반발을 부른다”고 말했다.
아울러 “적대적인 상대를 설득하고 수용하게 하는 건 쉽지 않다”면서도 “저항을 최소화하고 양보도 하면서 상대가 수용하게 해야 한다. 그래서 주장과 실현은 좀 다르다”고 강조했다.
집권 세력과 야당의 역할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도 다시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한 공동체의 운명을 책임지고 있을 때와 반대쪽에 있을 때는 또 다르다”며 “반대쪽에 있을 때는 책임이 크지 않기 때문에 주장을 할 수밖에 없기도 하고, 주장하는 게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회 공동체 전체의 운명을 책임지고 권한을 가진 상태에서는 주장보다는 실천이 중요하다”며 “실현의 길은 여당일 때와 야당일 때가 좀 다르다. 책임이 적고 주장이 유일하거나 주요 수단인 상황과 책임만큼의 권한을 가진 입장은 다르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그럴수록 더 낮게,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행동으로, 주장보다는 결과로 책임지는 게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