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KDAC G'를 구축했습니다. 국세청과 만드는 압류 가상자산 관리 표준을 토대로 관세청, 지방자치단체 등에도 적용할 수 있는 공공기관 전용 모델로 발전시키겠습니다.”
조성일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 대표는 국세청 압류 가상자산 수탁 사업을 공공 디지털자산 관리시장의 출발점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국세청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지방세 체납부터 관세청과 검찰 등이 확보한 가상자산까지 기관별로 흩어진 압류·보관·관리 절차를 표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KDAC은 현재 국세청과 압류 가상자산의 이전·보관·관리 전 과정을 담은 표준 모델을 설계하고 있다. 컨설팅을 통해 절차와 시스템을 마련한 뒤 올해 말까지 국세청이 압류한 가상자산을 실제로 수탁하는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국세청 사업은 당장의 수익보다 공공기관으로부터 시스템 안정성과 내부통제 역량을 검증받는다는 데 의미가 있다. 조 대표는 “정부기관이 평가해 사업자로 선정했다는 것은 시스템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라며 “이런 경험은 향후 법인이나 자산운용사가 수탁기관을 선정할 때도 고려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가상자산 커스터디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가 사실상 제한되면서 수탁사의 고객도 발행재단과 일부 상장사를 중심으로 형성됐다. 그는 국세청을 비롯한 공공 분야가 기관 수탁시장의 물꼬를 트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법인 자금의 초기 유입 규모를 국내 가상자산 시가총액의 1~3% 수준으로 예상했다. 국내 시장 규모를 80조~90조원으로 가정하면 초기에는 1조원 안팎의 자금이 유입되는 데서 시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법인의 직접 투자보다 시장에 미칠 영향이 큰 변수로는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꼽았다. 조 대표는 “법인 투자는 대상과 한도, 내부 의사결정 절차 등 제약이 있지만 ETF는 일반 투자자에게 이미 익숙한 투자 수단”이라며 “현물 ETF가 허용되면 상당한 시장 폭발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2024년 1월 비트코인 현물 ETF 도입을 계기로 가상자산 시장의 기관 참여가 확대됐다. 국내에서도 ETF가 개인 중심 시장을 기관 중심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봤다.

현물 ETF가 도입되면 자산운용사는 투자자 자금으로 비트코인 등 기초자산을 직접 매입해야 한다. 운용사가 매입한 가상자산은 전문 수탁기관에 보관된다. 투자자가 ETF를 사고팔더라도 기초자산은 수탁기관에 장기간 남아 있어 ETF 시장이 성장할수록 커스터디 수요도 함께 증가하는 구조다.
조 대표는 “미국에서는 ETF 자산을 복수의 수탁기관에 맡기는 사례가 많다”며 “공공기관이 관리하는 가상자산도 국가 재산인 만큼 안전성 측면에서 복수 수탁체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거래소와 전문 수탁사가 서로 시장을 빼앗는 구조보다 각자의 강점을 살려 상호 보완하는 구조가 산업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KDAC은 공공기관 수탁과 법인 투자, 현물 ETF를 향후 커스터디 시장 성장의 세 축이 될 것이라 봤다. 조 대표는 “법인과 기관의 시장 참여가 거듭 지연되고 있지만 보안 설비와 내부통제, 자금세탁방지 인력 투자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