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가 최근 코스피 급락에도 한국 증시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유지했다. 시장의 하락은 약세장의 시작이 아닌 강세장 속 일시적인 조정으로 판단했으며, 향후 12개월 코스피 목표치도 기존 1만2000을 유지했다. 투자 의견 역시 '비중확대(Overweight)'를 재확인했다.
티모시 모 골드만삭스 아시아·태평양 수석주식전략가는 지난 4일 발표한 '한국: 급락에도 변함없는 긍정 전망' 보고서를 통해 “현재 시장은 정당화될 수 있는 수준보다 더 부정적인 펀더멘털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코스피 급락의 주된 원인으로 반도체 메모리 업황 둔화 우려를 꼽았다. 여기에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와 단기 모멘텀 투자자들의 매도가 겹치면서 낙폭이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는 기업의 기초체력 악화보다는 수급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업황에 대해서는 시장의 우려와 달리 장기 호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메모리 공급 부족이 2030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에 따라 메모리 업체들의 가격 결정력과 수익성이 이전 사이클보다 더욱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AI 투자 둔화와 하이퍼스케일러의 설비투자(CAPEX) 축소 가능성 역시 장기 성장성을 훼손할 수준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현재 주가는 이러한 장기 전망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 변동성을 키웠던 레버리지 요인도 상당 부분 해소된 것으로 평가했다. 레버리지 ETF 운용자산 감소와 신용융자 축소, 마진콜 진행, 규제 강화 등으로 과도한 레버리지가 정상화됐으며 추가적인 강제 매도 압력도 이전보다 완화됐다는 설명이다.
골드만삭스는 반도체 외에도 국내 증시의 투자 매력이 높다고 평가했다. 비메모리 기업들의 이익은 올해 71%, 내년 2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산업재와 금융, 에너지 업종이 국내 기업 실적 개선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했다.
선호 업종으로는 반도체와 전력기기, 피지컬 AI 등 AI 관련 분야를 비롯해 방산과 조선 등 산업재, 금융·건설·백화점 등 경기회복 수혜 업종을 제시했다. 또한 지주회사와 우선주, 자사주 소각 수혜주 등 기업 지배구조 개선 관련 종목과 K-컬처 관련 기업도 유망 투자 대상으로 꼽았다.
골드만삭스는 “현재 코스피 목표치 1만2000은 예상 주가수익비율(PER) 8배 미만을 적용한 수준으로 과거 고점 대비 높은 밸류에이션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다”라며 “포지션 정리가 마무리되고 실적이 시장 기대를 뒷받침할 경우 국내 증시는 안정화 이후 상승 추세를 재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