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GRO, 피지컬 AI 중심으로 전면 재편…생체신호·광기술 신규 도입

삼성전자 글로벌 리서치 아웃리치(GRO) 2026 브로셔
삼성전자 글로벌 리서치 아웃리치(GRO) 2026 브로셔

삼성전자가 대표 산학협력 프로그램 '글로벌 리서치 아웃리치(GRO)'를 피지컬 인공지능(AI) 중심으로 전면 재편한다. 그간 반도체 제조 공정에 집중했던 연구 테마를 AI·로봇 및 인간-기계 인터페이스(HMI) 등 차세대 핵심 기술 확보로 대폭 전환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GRO 연구 주제로 과학 AI, 피지컬 AI 컴퓨팅, AI 시스템 아키텍처 등 AI 관련 분야를 전면에 배치했다.

GRO는 2009년부터 전 세계 대학 연구자를 대상으로 매년 연구 과제를 공모하고 지원하는 삼성전자의 산학협력 프로그램이다. 2022년~2025년 GRO는 반도체 소재·공정·계측·장비와 뉴 컴퓨팅, 기계 지능이 중심이었으나, 올해부터 미래 핵심 기술 확보로 방향을 틀었다.

이는 삼성전자의 사업 전략 전환과 맞물린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RX(Robotics eXperience)사업추진실을 대표이사 직속으로 신설하고, 구미에 로봇 데이터 팩토리와 휴머노이드 양산 기반을 구축하는 등 피지컬 AI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엣지 환경에서의 실시간 처리 연구가 중요해졌다.

이번 GRO에서 눈에 띄는 것은 인간-기계 인터페이스(HMI)의 등장이다. 이 테마는 키보드나 음성 명령 대신, 뇌파나 근육 신호 같은 몸에서 나오는 신호를 실시간으로 읽어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기술이다.

HMI는 키보드와 마우스 등 전통 입력기기를 활용하기 어려운 산업 환경에서 활용성이 높다. 로봇이 사람 옆에서 함께 일하는 환경이 늘어나면서, 몸에서 나오는 생체 신호를 읽어내 사람의 의도를 파악하는 기술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사람이 별도로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로봇이 상태를 이해하고 반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이와 함께 피지컬 AI 컴퓨팅 주제가 강화됐다. 보고 이해하고 행동하는 '비전-언어-행동(VLA)' 모델 기반의 체화 지능 주제가 추가됐다. AI 모델을 전력과 공간이 제한된 엣지 환경 기기에서 구동하기 위한 연산 장치 구조와 장비·프로그램을 함께 설계하는 연구다.

AI 시스템 구조 분야에서는 빛을 이용한 초고속 연결망(광 패브릭)과 함께, AI 에이전트가 여러 작업을 조율할 때 성능이 어떻게 나오는지 측정하는 기준을 만드는 연구도 포함됐다. 에이전트 실행 과정의 W중앙처리장치(CPU)·메모리·입출력(I/O)·그래픽처리장치(GPU) 병목을 정량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표준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GRO 주제를 AI와 로봇 중심으로 재편한 것은 향후 핵심 기술 확보에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라며 “3~5년 뒤 경쟁력을 좌우할 기술 밑그림을 대학과 함께 그리겠다는 전략적 판단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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