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전력은 경제 안보”…반도체 공장은 1.5년, 전선은 10년](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9/18/news-p.v1.20260918.6ed06e9cad3a482fb2aa965950ed9ff4_P1.png)
인공지능(AI)과 반도체 경쟁 승패는 공장을 얼마나 빠르게 짓느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전력망과 용수, 인허가와 인력이 같은 시간표에 맞춰 도착해야 투자가 비로소 생산으로 전환된다. 첨단 반도체 공장(팹)은 1년 반 안팎에 건설되는 사례가 등장한 반면, 장거리 송전망은 계획과 입지 선정, 주민 협의, 보상과 쟁송을 거치며 10년 가까이 걸리기도 한다. 이 시간의 격차가 대한민국 첨단산업의 새로운 병목이다.
'반도체 공장은 1.5년, 전선은 10년(배성훈 지음, e퍼플)'은 이를 '인프라 동시성의 붕괴'로 정의한다. 저자 배성훈은 반도체와 AI 산업을 에너지 소비 산업이자 국가 인프라 산업의 관점에서 다시 읽는다. 2025년 시행된 전력망 특별법 성과를 인정하면서도, 법 하나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사법 쟁송, 수도권 전력 수요 집중, 데이터센터 접속대기열, 탄소 규제, 입지 갈등과 가격 신호의 부재를 하나의 구조로 연결한다.
진단은 실행 전략으로 이어진다. 책은 실증지표를 전제로 한 2단계 입법, 소송 이전의 분쟁 조정, 공간정보 사전진단, 피지컬 AI를 위한 국가 합성데이터 플랫폼, 지역가격에서 노드가격으로 이어지는 전력시장 개혁과 지방 산업단지의 인재 확보 방안을 제시한다. 흩어진 정책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책임 주체와 선행 조건, 성과지표를 하나의 이행 시간표에 배치한다.
확인된 사실과 모델 가정, 추론·시나리오, 정책 제안을 구분하고 핵심 수치의 산식과 불확실성까지 공개한 점도 돋보인다. 제목의 '1.5년'과 '10년' 역시 전국 평균이 아니라 빠른 첨단 팹과 장기간 소요된 송전망의 대표 사례를 대비한 표현임을 명확히 한다.
전력은 이제 단순한 비용 항목이 아니라 산업 경쟁력과 경제안보를 좌우하는 전략 자산이다. 투자 발표를 실제 생산으로 바꾸려면 무엇을, 누가, 어떤 순서로 바꿔야 하는가. 이 책은 정책 담당자와 기업 전략가, 에너지·전력·국토 분야 실무자에게 그 답을 찾는 현실적인 설계도를 제공한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