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경재 LG AI연구원 IP전략 리더 “특허 워크플로우, 기업과 대리인이 함께 쓰는 공통 인프라로”

유경재 LG AI연구원 IP전략 리더. 사진=LG AI연구원
유경재 LG AI연구원 IP전략 리더. 사진=LG AI연구원

LG AI연구원이 지난해 3월 산업 IP 특화 AI 기업 워트인텔리전스(대표 윤정호)와 특허 특화 AI 모델 공동 개발을 위한 파트너십을 맺었다. 지난 6월에는 국내 주요 특허법인 실무진과 함께 'IP 분야 AI 전환 워크숍'을 열며 협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고, 최근에는 두 기관이 특허 특화 AI 모델을 실제 업무에 적용하는 프로젝트에도 착수했다.

발명 신고부터 출원에 이르는 IP 워크플로우를 하나의 AI 플랫폼 위에서 연결해, 기업 IP팀과 대리인 사무소가 함께 쓸 수 있는 공통 인프라를 만드는 것이 이번 협력의 목표다.

국내에서 매년 수천 건의 특허를 출원하는 LG AI연구원이 이 흐름의 중심에 선 것은 우연이 아니다. AI 기술을 직접 개발하는 조직이자 그만큼 방대한 특허 데이터를 다뤄야 하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그 한복판에서 협업 모델을 설계하고 이끈 인물이 유경재 IP전략 리더다. 다만 그가 그리는 그림은 처음부터 크지 않았다. 검색식 설계, 도면 매칭, 명세서 초안 작성처럼 실무진이 매일 부딪히는 작은 업무 단위에서 출발해 지난 6월 워크숍을 거쳐 지금의 공동 프로젝트로 넓혀온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유경재 리더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Q. 최근 1~2년 사이 산업 IP 현장에서 가장 크게 체감하신 변화는 무엇인가요?

A. 개인이 생성형 AI로 기술내용을 요약하거나, 찾아보는 일은 이제 특별한 일이 아닙니다. 이는 IP분야도 마찬가지이고, 이제는 AI 도구를 한 두 명이 잘 쓰는 것을 넘어 기업의 IP 업무 전체 품질의 향상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특허 문서 해석의 정확성, 결과에 대한 책임 소재까지 시스템 차원에서 설계해야 하는 단계로 넘어온 것이 지난 가장 큰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Q. 그 변화를 지켜보면서 IP팀 안에서 AI 전환을 실제로 추진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A. 리소스 부족이 컸습니다. 실제 최신 AI 기술을 다루기 때문에 LG AI연구원 IP 부서의 업무량은 웬만한 중견기업 10명 규모의 업무량과 비슷한데, 그걸 2~3명이 겨우 수행하고 있으니까요. 발명신고서 검토, 선행기술 조사, 대리인과의 커뮤니케이션 등 단계마다 소요시간은 물론, 같은 사람이 하더라도 컨디션에 따라 결과물의 편차가 컸습니다. 이 부하를 줄이는 일이 곧 실질적인 경쟁력이라는 판단이 서면서 전환을 구체화하게 됐습니다.

Q. AI를 조금 더 지켜본 뒤 도입할 수도 있었는데,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예전에는 범용 AI의 낮은 신뢰도가 도입을 늦추는 이유였습니다. 지금은 오랫동안 특허 데이터를 축적해 온 기업이 내놓은 특허 특화 AI가 실무에 투입해도 되는 수준의 결과물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AI는 이미 방대한 특허 원문과 다국어 데이터를 학습해 둔 상태라 저희가 처음부터 신뢰도를 검증하는 데 드는 시간 자체를 크게 줄여줍니다. 여기서 더 지켜보는 것은 관망이 아니라 지연이라고 판단했고, 먼저 움직인 조직과 그렇지 않은 조직의 격차가 이미 벌어지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Q. 특허 출원이나 연구 성과 면에서 국내 최상위권에 있는 LG에서 IP 분야 AI 전환의 흐름을 가장 앞서 만들어가고 계신데, 이 역할을 스스로는 어떻게 느끼시나요?

A. LG는 매년 수천 건의 특허를 출원하는 조직이라, 여기서 시행착오가 나면 그 파장도 작지 않습니다. 그만큼 신뢰할 수 있는 워크플로우를 만드는 데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누군가는 먼저 움직여야 다음 조직이 참고할 기준이 생깁니다. IP 업계 전반이 AX 앞에서 멈춰 있는 이유가 방법을 몰라서라면 저희가 먼저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그 결과를 업계와 공유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6월 워크숍에 국내 주요 특허법인들을 초청한 것도 그런 이유였습니다. 저희만 잘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이 방식이 다른 기업 IP팀과 대리인 사무소에도 참고가 될 수 있어야 진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이 문제는 LG AI연구원 혼자만의 고민이 아니다. 기업 IP팀과 외부 대리인 사이의 데이터 단절은 산업 IP 업계 전반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돼 온 구조적 문제이기도 하다. 유 리더가 지난 6월 워크숍을 마련한 것도 이 지점을 정면으로 다루기 위해서였다.

Q. 기업 IP팀과 외부 대리인이 서로 다른 도구, 다른 기준으로 일하던 것이 실제로 어떤 어려움으로 이어졌는지, 그리고 이를 하나의 AI 플랫폼으로 연결하기로 하신 이유와 그 변화가 실제 업무 시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합니다.

A. 발명 신고부터 출원까지 이어지는 흐름 안에서 데이터가 같은 형태로 전달되지 않으니 이중 작업이 생기고, 자동화의 효과가 조직 경계에서 끊기는 구조적 문제가 있었습니다. 실제로 기업에서 쓰는 시스템과 대리인의 업무 시스템은 다를 수밖에 없으니까요. 도구가 여러 개로 나뉘어 있으면 그 경계마다 데이터 손실과 재입력이 생기기 때문에, 하나의 기반 위에서 이어지도록 통합하면 그 경계 자체가 사라진다는 게 큰 장점이었습니다. 실제로 반복 작업에 쓰던 시간이 줄어든 만큼 그 시간을 판단이 필요한 작업에 재배분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실무진이 가장 먼저 체감한 변화입니다.

Q. 지난 6월 특허법인 실무진들과 함께 진행한 워크숍이 협업의 출발점이었다고 들었습니다. 이 자리를 마련하신 배경은 무엇인가요?

A. 내부 AI 전환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을 체감했습니다. 실제로 검색식을 설계하고 도면을 매칭하고 명세서 초안을 쓰는 실무진이 모여 각자의 업무에서 무엇이 막히는지 먼저 확인하고, 같은 기반 위에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구조를 함께 논의하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Q. 워크숍 전에는 IP 업무 전반에서 어떤 병목이 있었나요?

A. 출원 한 건이 완성되기까지 검색식 설계, 도면 부호 매칭, 명세서 작성 계획 등 앞단 작업에 상당한 시간이 들어갔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이 기업 IP팀과 대리인 사무소 양쪽에서 각자 따로 반복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교차검증이나 여러 번 보면 품질에 더 좋은 영향을 주겠지만 앞에서 말했듯이 기회비용 측면에서 업무 리소스는 더 잘 관리될 필요가 있었습니다.

Q. 워트인텔리전스의 keywert 서비스에 대한 신뢰와 이해도가 높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협업의 기반으로 keywert 를 택하신 데에 그런 경험이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106개국ㆍ1억7000만 건 이상의 특허 데이터를 기반으로 검색ㆍ분석하는 이 플랫폼이 실무에서 어떤 신뢰를 줬는지 궁금합니다.

A. 오랜 기간 실무에서 검색 결과의 정확도와 데이터 범위를 직접 확인해온 도구였기 때문에 새로운 버전에 대한 높은 신뢰도가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고객의 이야기를 듣고 바로 피드백을 주는 워트인텔리전스의 로열티 높은 CS 능력도 한몫을 했습니다. 여기에 106개국ㆍ1억7000만 건 이상의 특허 데이터를 기반으로 검색ㆍ분석하는 방식은 결과에 대한 근거를 데이터로 설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사결정의 신뢰도를 한층 더 높여줬습니다.

Q. 결국 keywert를 이번 협업의 기반으로 확정하게 된 결정적인 지점은 무엇이었나요?

A. 결국은 신뢰였습니다. 특허를 가장 오래, 가장 깊이 다뤄온 기업이 그 이해를 바탕으로 만든 서비스이다 보니 저희 실무에 그대로 들어맞는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오랜 기간 실무에서 검색 결과의 정확도와 데이터 범위를 직접 확인해 온 도구였기 때문에 결과를 실무 판단의 근거로 바로 쓸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고, 106개국ㆍ1억7000만 건 규모의 데이터가 그 근거를 데이터로 설명해 줬습니다.

물론 신뢰만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저희가 다루는 특허 정보에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발명 내용이 포함돼 있어 보안과 데이터 운영의 안정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애초에 검토 대상이 될 수 없었는데, 워트인텔리전스는 그 부분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저희가 겪는 문제를 이야기하면 바로 반영해 주는 CS 대응력, 그리고 운영 중 문제가 생길 때마다 원인을 먼저 진단하고 워크플로우 설계 단계부터 실제 도입까지 체계적으로 이행해 주는 방식까지 더해지니 도입 전 단계부터 도입 후까지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는 확신이 섰습니다. 발명 신고부터 출원까지의 워크플로우를 맡길 파트너로, 다른 대안을 더 찾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Q. 워크숍 이후 협력 방식을 다듬어가며 가장 먼저 체감하신 변화는 무엇이었나요. 혹은, 앞으로 이런 변화가 더 커질 것 같다고 느끼신 지점이 있다면요?

A. 같은 언어모델 기반 위에서 대화를 주고받기 시작하면서 체감한 변화는 생각보다 단순했습니다. 예전에는 대리인 쪽에 저희가 검토한 배경이나 기술 맥락을 매번 처음부터 설명해야 했는데, 이제는 같은 데이터와 같은 언어모델을 보고 이야기하다 보니 그 설명 자체가 짧아졌습니다. 서로 다른 이해에서 출발해 맞춰가던 방식에서, 같은 지점에서 출발해 다듬어가는 방식으로 바뀐 셈이죠. 그만큼 반복 설명과 재작업이 줄었습니다. 지금은 이 정도지만 앞으로 데이터 흐름과 자동화 범위, 권한 관리에 대한 운영 가이드가 더 정교해질수록 그 효과는 지금보다 커질 것으로 봅니다. 특히 대리인마다 조금씩 다른 업무 방식을 어디까지 표준화하고 어디까지 자율에 맡길지가 다음 단계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Q. 최근 LG AI연구원과 워트인텔리전스가 특허 특화 AI 모델 적용 프로젝트에 착수했습니다. 이 협력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확장되길 기대하시나요?

A. 먼저 시스템과 검색 플랫폼이 통일된, 융통성 있는 하나의 시스템으로 업무가 진행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최종적으로는 기업 IP팀과 대리인 사무소가 함께 쓸 수 있는 공통 인프라로 자리잡기를 기대합니다. 특정 조직 하나의 효율이 아니라, 생태계 전체가 같은 데이터 기반 위에서 움직이는 것이 이 협력이 그리는 그림입니다.

Q. 이 변화를 이끄는 스스로에게는 어떤 목표나 원칙을 두고 계신가요?

A. LG AI연구원 IP팀이 잘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이 협업 모델이 다른 기업의 IP팀과 대리인 사무소에도 참고가 될 수 있는 형태로 남으면 좋겠습니다. 저희가 매년 수천 건의 특허를 출원하는 조직이다 보니 여기서 검증된 방식이라면 다른 조직도 믿고 따라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작은 단위부터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하나씩 쌓아가려고 합니다.

Q. 이 인터뷰를 보는 다른 기업 IP 담당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A. AX의 단위를 조직 전체로 크게 잡는 것보다 작은 단위에서부터의 변화를 시도해보시길 제안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조직 전체를 단위로 잡는 방향이 AX 성과에 대해 선전 효과가 클 테지만 Native AI 세대가 아닌 사람들이 뒤섞인 조직에서는 별로 효과가 없을 겁니다. 실제 업무 단계에서 선행기술 조사 한 건, 의견서 검토 한 건처럼 구체적인 단위에서부터 시작하면 결과가 빨리 보이고, 그 결과가 다음 단계로 넘어갈 명분이 됩니다. 성과보고만을 목적으로 한 AX 추진은 투입한 시간과 자원 대비 효과를 얻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인터뷰 내내 유 리더가 강조한 것은 하나였다. 큰 그림을 그리기 전에 작은 업무 단위에서 검증된 파트너와 함께 결과부터 만들어보라는 것이다. LG AI연구원과 워트인텔리전스의 협업 역시 워크숍이라는 작은 자리에서 시작해 지금의 공동 프로젝트로 이어졌다. 다른 기업 IP팀 사이에서 이 협업이 참고 사례로 언급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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