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7월 국내 증시 급락의 직격탄을 맞았다. 전체 ETF의 약 78%가 하락했고, 순자산 규모는 한 달 만에 약 78조원이 감소했다. 최근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규제 강화까지 겹치면서 거래도 크게 위축되는 모습이다.
7일 한국거래소와 ETF체크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상장 ETF 1138개 가운데 891개(78.3%)의 가격이 하락했다. 상승한 상품은 244개에 그쳤다.
특히 하락한 ETF 가운데 531개는 한 달 수익률이 마이너스(-) 10%를 넘어서는 등 두 자릿수 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중동 전쟁 여파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됐던 지난 3월(78.5%)과 비슷한 수준이다.
ETF 시장 규모도 크게 줄었다. 지난달 말 기준 ETF 순자산총액은 434조4000억원으로 전월 말(512조4000억원)보다 77조9000억원 감소했다. 지난달 30일에는 순자산총액이 한때 398조원까지 떨어지며 400조원 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이 같은 부진은 국내 증시 급락과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코스피는 6월 말 대비 7월 말 22.19%, 코스닥은 21.44% 각각 하락했다. 시장 충격의 중심에는 반도체 업종이 있었다.
중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상장 흥행을 계기로 공급 확대와 가격 경쟁 심화 우려가 커졌고, 미국 증시에서 엔비디아와 AMD, 마이크론 등 주요 반도체 기업 주가가 먼저 약세를 보였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21.41%, 35.17% 급락하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그동안 분산투자 효과를 기대하며 ETF를 선택했던 개인 투자자들도 큰 손실을 피하지 못했다. KODEX 반도체, TIGER 반도체TOP10, RISE AI반도체TOP10, SOL AI반도체TOP2 등 반도체 관련 ETF들이 기초자산 급락의 영향을 받으면서 낙폭이 커졌다.
온라인 투자자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등록금까지 물렸다”, “퇴직연금 손실이 너무 크다”, “휴가비를 모두 날렸다”, “배달을 끊고 지출을 줄이고 있다” 등 손실을 호소하는 글도 잇따랐다.
ETF 시장의 거래도 둔화되는 모습이다. 지난 5일 전체 ETF 거래대금은 약 15조9000억원으로 7월 일평균 거래대금인 약 33조원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16종의 거래대금은 지난 5일 9198억원으로 집계돼 상장 이후 처음으로 1조원을 밑돌았다. 이는 금융당국이 지난달 31일부터 기본예탁금을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상향하는 등 투자 요건을 강화한 이후 4거래일 만에 나타난 변화다.
시장에서는 증시 변동성이 확대된 가운데 레버리지 상품 규제까지 더해지면서 ETF 시장 전반의 투자 심리가 당분간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