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세상이 변했다”는 아마존, '기후 순혈주의'에 갇힌 韓

“우리가 기후 서약(Climate Pledge)에 서명할 때와 지금의 세상은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제프 베이조스와 약혼녀 로런 산체스(왼쪽). 사진=AFP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제프 베이조스와 약혼녀 로런 산체스(왼쪽). 사진=AFP 연합뉴스

2019년 파리기후협정을 10년 앞당겨 달성하겠다던 글로벌 빅테크 '아마존'이 최근 내놓은 해명이다. 2040년까지 '탄소 순 배출 0'(net-zero carbon)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했던 아마존이 미국 텍사스에 대형 천연가스(LNG) 발전소를 지어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 전력을 충당하기로 결정했다.

아마존의 '변심'은 AI 때문이다. AI 시대, 폭발적인 전력 수요를 감당하려면 '친환경 이상론'만 고집할 수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였다. 엔비디아 역시 4조원을 들여 전력망 인프라 기업에 투자하며 직접 전력 확보에 뛰어들었다. AI 패권 경쟁이 칩 설계를 넘어 '전력 전쟁'으로 번진 것이다.

글로벌 AI 특수의 중심에 선 우리는 어떨까. AIDC 반도체를 만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성장세가 폭발적이다. 주가는 치솟았고, 정부는 광주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지으라며 전폭적인 지원도 약속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전력, 에너지 정책은 여전히 이상에만 갇혀있는 듯하다. 광주 반도체 클러스터의 핵심 전력 대책으로 '태양광·풍력 중심의 RE100'을 내세운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의 발언은 차치하더라도, 브리지 전원인 LNG마저 줄여야 할 화석연료로 묶어둔 상태다.

24시간 단 1초도 멈춰선 안 되는 반도체 팹과 AIDC를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널뛰는 재생에너지로만 돌리겠다는 것은 국가 전략산업의 생존을 건 도박이다. 안정적인 기저전원에 대한 고려 없이 당장 활용 가능한 LNG 발전마저 배제하는 경직된 '기후 순혈주의'인 셈이다.

글로벌 빅테크들은 생존을 위해 이상을 버리고 LNG와 원전을 끌어들이는 실용주의로 선회했다. 전력이 끊기면 반도체도, AI도 없다. '세상이 변했다'는 아마존의 변명을 그저 폄훼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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