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POSTECH)은 신희득 물리학과·융합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국방과학연구소 미래도전국방기술 연구개발사업과 정보통신기획평가원 대학ICT연구센터(ITRC) 지원사업을 통해 여러 표적의 거리와 방향을 한번에 읽어내는 새로운 양자 라이다(LiDAR)기술을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연구성과는 최근 국제 학술지 '레이저 앤 포토닉스 리뷰즈'에 게재됐다.

라이다는 빛을 쏜 뒤 물체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신호를 분석해 물체의 거리·위치를 알아내는 기술이다. 자율주행차가 주변을 인식하는 데는 물론, 지형 측량과 우주 탐사 등에도 두루 쓰인다. 하지만 상대방이 관측 사실을 알아차리기 어려운 스텔스형 탐지처럼 빛을 매우 약하게 써야 하는 상황에서는, 표적에서 되돌아오는 빛이 주변의 배경광보다 약해서 원하는 신호를 찾기가 어렵다.
게다가 기존 LiDAR는 대부분 공간을 한 방향씩 훑는 '순차 스캔' 방식이다. 손전등으로 어두운 방을 한 곳씩 비춰보는 것처럼 표적을 차례로 찾기 때문에 여러 방향의 정보를 한꺼번에 빠르게 얻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양자 광원에서 빛 알갱이인 '광자'가 쌍을 이루어 생성되는 현상에 주목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광자쌍은 두 광자의 파장과 생성 시각이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한 광자의 파장을 알면 그 짝 광자의 파장을 알 수 있다. 또 두 광자가 함께 만들어졌다는 시간 정보를 이용하면, 주변의 수많은 잡음 속에서도 진짜 표적 신호를 골라낼 수 있다. 이처럼 쌍둥이 광자들이 공유하는 파장과 시간 정보를 탐지에 활용한다는 점이 이번 '양자 라이다' 기술의 핵심이다.
연구팀은 파장이 서로 밀접하게 연관된 광자쌍을 이용해 여러 방향을 병렬로 탐지하는 양자 라이다를 고안했다. 표적으로 보내는 광자는 만들어질 때마다 파장이 무작위로 정해지고, 회절격자를 통과하면서 파장에 따라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
어느 방향으로 갔는지는 알 수 없을 것 같지만, 짝 광자의 정보를 이용하면 표적 광자의 파장을 알아낼 수 있어 그 광자가 향한 방향을 알 수 있다. 기존 라이다가 빛의 방향을 하나씩 바꿔가며 주변을 훑었다면, 이번 기술은 광자의 무작위적인 파장과 광자쌍의 상관관계를 이용해 여러 방향의 표적 정보를 한꺼번에 읽어낸다.
실험 결과, 연구팀은 표적 신호보다 배경 잡음이 1000배 강한 환경에서도 여러 표적의 거리와 방향을 측정 한 번으로 구분해 낸다. 이는 여러 방향의 통로를 열어둔 채 광자가 도착할 때마다 어느 방향의 신호인지 구분한다는 의미다. 이 기술은 몰래 관측해야 하는 저조도 환경에서 특히 중요하다. 빛을 강하게 쏠 수 없어 신호는 약하고 잡음은 커지는 상황에서도, 쌍둥이 광자 연결성이 진짜 표적을 찾아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연구는 양자 라이다가 잡음에 강한 센싱을 넘어, 기존 순차 스캔과는 전혀 다른 병렬 탐지 구조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광원과 검출 효율, 시스템 집적도가 개선되면 양자 계측, 저조도 이미징, 원격탐사 등 분야로 응용 범위가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신희득 교수는 “아직 원리 검증 단계지만, 저조도 환경에서 여러 표적 정보를 동시에 읽어내는 새로운 양자 라이다 구조를 보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라고 전했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