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간 조달기본협정 체결 추진을 계기로 연간 15조원 규모의 나토 공동조달 시장 진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비회원국 한계를 보완할 중장기 시장 진입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제언이 나왔다.
산업연구원은 12일 발간한 '한국-나토 조달기본협정 체결의 의미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최근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 수주 실패를 언급하며, 국산 무기체계의 자체 경쟁력만으로는 나토 동맹 기반의 군수지원 체계와 오랜 신뢰 관계라는 구조적 진입장벽을 상쇄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이 조달기본협정을 맺고 호주처럼 나토 지원조달청(NSPA) 프로그램에 참여할 권한을 얻게 되면 연간 약 15조원 규모의 조달 시장에 참가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확보하게 된다. 다만 2023~2024년 NSPA 계약액의 70~80%를 미국, 독일 등 상위 5개국이 독식하고 있어, 한국 등 신규 진입국이 현실적으로 접근 가능한 시장은 약 20~30% 수준일 것으로 추정했다.
산연은 협정 체결 시 한국 방산 제품과 나토 표준(STANAG) 간 간극을 단계적으로 좁혀 상호운용성을 제고할 수 있으며, 방산 핵심 원자재 공급망 구축 사업이나 나토 혁신 생태계(드론·AI·우주 등) 참여 기회도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보고서는 협정의 실효성에 대해 과도한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달기본협정은 시장 접근성을 높이는 첫 단계일 뿐, 나토 회원국들이 장기간 축적해 온 안보 협력과 신뢰 관계를 단번에 대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향후 협상 시 국내 방산 시장 개방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상호주의 원칙과 국내 산업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고려해 협정 조항을 신중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혜지 산연 연구원은 “궁극적으로 나토 국가들과 방산 협력을 확대하려면 '북·러 군사협력 대응' 등 공동의 이해관계에 기반한 안보 협력과 신뢰 관계 구축이 필수적”이라며 “나토 현지화 및 공동개발을 확대하고, EU SAFE나 나토혁신펀드 등 역내 협력 수단을 활용하는 중장기 시장 진입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