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해사기구(IMO) 온실가스 감축 규제 강화에 따라 LNG를 비롯한 친환경연료 추진선박 도입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친환경연료는 기존 선박연료와 달리 누출 후 화재와 폭발 등 사고 특성이 상이해 사고 초기 피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LNG추진선 화재사고는 단순히 '얼마나 많은 연료가 유출됐는가'만으로 위험성을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같은 양의 LNG라도 어디에서 유출되고 어떤 경로로 확산되는지에 따라 화재 형태와 열복사 영향범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정정열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 소장 정종진) 해사안전·환경연구센터장은 LNG추진선의 화재사고 위험범위를 예측할 때 연료의 유출량뿐 아니라 유출 위치와 선박 구조, 확산 경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센터장이 박재진 선임연구원, 박종구 인스페이스 최고기술책임자(CTO)와 함께 LNG 추진선의 사고 유형별 풀 화재 위험성을 정량적으로 분석한 결과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Ocean Engineering 제364권(2026)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에서 주목한 것은 LNG추진선박에서의 연료 유출 및 화재 형태다. 기존 LNG 화재 위험평가에서는 화재를 하나의 대표적 화원으로 가정하고 전체 열방출량이나 화재 크기를 중심으로 위험거리를 산정하는 방식이 주로 활용됐다.
정 센터장은 “실제 해상 LNG추진선박에서 LNG연료가 유출되어 화재가 발생하면 그 양상이 매우 복잡한데 LNG가 바다로 직접 떨어질 수도 있고, 갑판에 고일 수도 있다”며 “갑판에 고일 경우 유출되는 연료량이 화재로 소모되는 연료량보다 많아 갑판의 수용 능력을 넘어서면 LNG가 선박 밖으로 흘러내리면서 갑판과 해상에서 동시에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이를 3가지 사고 시나리오로 나눴다. 해상으로 직접 유출되는 해상 유출, 갑판의 물리적 공간에 의해 화재 면적이 제한되는 갑판 제한 유출, 갑판을 넘어 해상까지 유출되는 갑판-해상 복합 유출 등이다.
정 센터장은 “같은 양의 LNG가 유출되더라도 어디에 떨어지고 어떻게 퍼지느냐에 따라 화재가 형성되는 방식이 달라진다”며 “실제 사고에 가까운 조건을 반영하기 위해 유출 구조를 구분해 위험 범위를 비교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연구에서 주목되는 것은 선박조건에 따른 임계수치가 있다는 것이다”며 “이 임계값 이하에서는 LNG가 갑판 내에서 연소하지만, 한계를 넘어서는 순간 상황이 달라진다. 갑판의 화재 면적은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 반면 추가로 유출된 LNG가 선박 밖으로 흘러나가 해상에서 별도의 화재를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정 임계점을 넘으면 단일 갑판 화재가 갑판과 해상에서 동시에 발생하는 복합화재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것을 정량적으로 확인한 것이다.
연구진은 실제 산업항만 환경을 반영하기 위해 석유와 LNG 관련 화물 취급이 많은 울산항을 대표 연구지역으로 설정했다.
분석 대상은 LNG 연료탱크가 갑판에 설치된 벌크선으로, 선박 길이 약 219.9m, 폭 약 45m, LNG 연료탱크 용량 약 3203.6㎥의 조건을 적용했다.
정 센터장은 “최대 유출량을 고려한 최악의 사고 조건을 적용, 화재 발생 후 열복사 영향은 산업시설 사고 결과 분석에 활용되는 CCPS Solid-Flame Model을 기반으로 산출했다”며 “분석 결과 갑판과 해상에서 동시에 화재가 발생하는 복합 유출 시나리오에서 최대 조건의 LNG가 유출됐을 경우 10㎾/㎡ 열복사 영향거리는 약 298.2m, 5㎾/㎡는 약 444m, 2㎾/㎡는 약 712.8m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다만 정 센터장은 713m라는 수치를 실제 사고에서의 대피거리로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 결과는 특정 선박 제원과 LNG 유출량, 환경조건을 적용한 시뮬레이션 결과이기 때문이다.
정 센터장은 “실제 사고에서는 기상조건이나 유출량, 화재 지속시간, 주변 구조물 등에 따라 위험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며 “연구 핵심은 특정 숫자 자체보다 사고 조건에 따라 위험범위를 정량적으로 산출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했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정 센터장이 강조한 부분은 '위험면적'이다. 사고 위험을 몇 m까지 도달하는지 나타내는 거리만으로 판단해서는 실제 위험공간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연구진이 해상 유출 시나리오를 분석한 결과 LNG 유출량이 최대조건의 30% 수준으로 감소했을 때 10㎾/㎡ 기준 영향거리는 약 47.6% 감소했다. 반면 위험면적은 약 72.5% 감소했다.
정 센터장은 “영향거리와 위험면적은 같은 비율로 변화하지 않는다”며 “항만과 선박 주변의 실제 위험구역을 설정할 때 단순한 반경 개념을 넘어 열복사가 영향을 미치는 공간 전체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는 LNG 추진선의 안전거리 설정뿐 아니라 항만과 선박 주변 위험구역 설정, 사고 시 대피범위와 비상대응계획 수립 등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에서 확보한 위험 데이터를 AI기반 피해예측 시스템과 결합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 센터장은 “사고 발생 시 유출 위치와 유출량, 기상조건 등을 종합해 예상되는 열복사 영향범위와 위험구역을 신속하게 제시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며 “연구결과는 해양수산부 재원으로 선박해양플랜트소에서 지원하는 5개년 연구과제 '친환경선박 사고 방제대응을 위한 AI 기반 피해예측 시스템 핵심기술 개발'의 일환이며 통합 방제대응시스템의 기반 기술로 활용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양승민 기자 sm104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