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하반기 중국 AI 숏드라마·만화극 시장 경쟁 구도가 '대량 생산'에서 '지식재산(IP) 확보'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콘텐츠 제작비와 시간을 줄이는 방식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워지면서, 이미 독자와 시장을 통해 검증된 웹소설 IP가 흥행 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중국 대형 웹소설 업체들이 대규모 IP를 외부에 개방하면서 하반기에는 'IP 쟁탈전'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중국 콘텐츠 산업 분석기관 DataEye 연구원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중국에서 공개된 AI 숏드라마·AI 만화극은 총 22만1900편에 달했다. 하지만 신규 작품 가운데 5000만회 이상 재생을 기록한 작품은 1.3%, 1억회를 넘어선 작품은 0.48%에 불과했다. 콘텐츠 공급량은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실제 흥행으로 이어지는 작품은 극소수에 그친 것이다. AI를 활용한 저비용·고속 제작만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이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상위권 작품에서는 IP의 영향력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DataEye가 집계한 2026년 상반기 홍궈(红果) AI 숏드라마·만화극 인기 톱30 가운데 소설 IP를 원작으로 한 작품은 19편으로, 전체의 60%를 웃돌았다. '만요도록전(万妖图?传)' '변방으로 유배된 죄처가 황무지를 개척해 전신을 키운다(发配?关,罪妻开荒?出战神)' '취보선분:잡령근이 진짜 보스다(聚宝仙盆之?灵根才是真BOSS)' 등이 대표 흥행작이다.
특히 '변방으로 유배된 죄처가 황무지를 개척해 전신을 키운다'는 하나의 IP가 여러 버전으로 반복 개발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중국 작가 류리(??)의 원작 소설은 30개가 넘는 버전의 AI 콘텐츠로 제작됐다. 이 가운데 다둬둬 애니메이션이 제작한 시리즈는 시즌1부터 시즌6까지 모두 올해 상반기 홍궈 AI 숏드라마·만화극 톱30에 진입했다. 최고 인기 지표는 약 8251만을 기록했으며, 시즌1은 중국 틱톡인 더우인에서 누적 20억6000만회 오리지널 재생을 기록했다. 원작 소설 역시 현재 연재가 이어지고 있으며 약 69만7000명이 읽고 있다. 독자 평가는 8.8점이다.
중국 웹소설 기업들도 이 같은 시장 변화에 맞춰 IP 개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4월 열린 제13회 중국 네트워크 시청각대회에서 점중(点众)은 '더블 10억위안·달러 AIGC 글로벌 공동창작 계획'을 발표했다. 점중은 해외 시장에 1억5000만달러, 중국 시장에 10억위안을 투자해 AIGC 콘텐츠 생태계 구축을 지원하는 한편, 보유하고 있는 약 8만개 우수 웹소설 IP를 외부에 개방한다고 밝혔다.
협업을 통해 제작된 콘텐츠에는 중국 시장에서 최대 15만위안, 해외 시장에서 최대 5만달러 최소 보장금이 제공되며 수익 배분 비율은 국내외 모두 5대5다. 여기에 점중 산하 허마극장(河马剧场), 해외 숏드라마 플랫폼 드라마박스(DramaBox), 월간 노출량 150억 규모 글로벌 트래픽 네트워크를 활용한 유통 지원도 제공한다.
이는 중국 웹소설 기업 IP 사업이 단순한 판권 판매를 넘어 IP 발굴부터 콘텐츠 제작, 해외 유통, 수익 배분까지 연결되는 통합 사업 모델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나의 웹소설 IP를 중국에서 숏드라마나 만화극으로 제작한 뒤 시장성을 검증하고, 이를 다국어로 현지화해 해외 플랫폼에 유통하는 방식이다. 한 작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내외 시장에서 반복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IP 사업 가치가 커지고 있다.
IP 기반 콘텐츠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제작 이전에 일정 수준의 시장 검증이 이뤄져 있다는 점이다. 오리지널 콘텐츠는 제작사가 스토리와 캐릭터를 처음부터 개발하고 시장 반응을 확인해야 하지만, 인기 웹소설 IP는 이미 독자들의 선택을 받은 서사다. 핵심 캐릭터와 관계 설정, 갈등 구조, 감정선, 주요 반전과 이른바 '사이다' 장면 등이 독자 데이터를 통해 검증돼 있다. 제작사는 이야기 자체에 대한 시행착오를 줄이고 영상미와 연출, 마케팅 등 콘텐츠 구현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다.
AI 기술은 IP 반복 개발 가능성도 높이고 있다. 하나의 IP를 기반으로 3D 만화극, AI 실사형 콘텐츠, 전통적인 실사 숏드라마 등 다양한 포맷을 동시에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흥행이 검증된 IP라면 시즌2, 시즌3 등 후속 시리즈로 확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나의 작품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서사 자산'으로 IP의 가치가 바뀌고 있다.
실사 숏드라마 시장에서도 웹소설 IP의 영향력은 확인되고 있다. '부용영조천추세(芙蓉映照千秋?)'는 DataEye 인기 지표 2466만2000을 기록했으며 더우인 오리지널 재생 수 8억6000만회, 콰이서우 재생 수 9243만회를 기록했다. 유쿠와 아이치이 등 주요 플랫폼의 인기 순위에도 진입했다. 원작은 중국 작가 샤오리화(小狸花)의 단편소설로, 평점 9.3점에 약 13만8000명이 읽은 작품이다.
'재신녀태:시작부터 무시당했지만 엄마와 함께 천억 부자가 되다(财神女胎:开局被嫌?, 我带?狂?千亿成首富!)' 역시 인기 지표 2446만1000을 기록했다. 더우인 오리지널 재생 수는 7억2000만회, 콰이서우는 1억6000만회였으며 홍궈 최고 인기 지표는 6281만에 달했다. 이들 작품은 중국 시장에서 흥행한 뒤 다국어 버전으로 제작돼 해외 시장으로 확장되고 있다.
대표 사례가 '도화마상청장영(桃花马上?长?)'이다.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은 이 작품은 해외 숏드라마 플랫폼 드라마박스에 공급돼 수십개 국가와 지역으로 유통됐으며 100만달러 이상 결제액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IP와 콘텐츠 경쟁력을 먼저 검증한 뒤 해외에서 다시 수익화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AI 숏드라마 시장 경쟁 환경이 IP 중심으로 이동하는 데는 규제와 비용 증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 국가광파전시총국은 지난해부터 AI 기반 숏드라마에 대한 관리와 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주요 플랫폼도 콘텐츠 정화와 품질 관리에 나서고 있다. AI 제작에 필요한 토큰 비용 상승과 플랫폼 콘텐츠 정리까지 겹치면서 저비용 콘텐츠를 대량 생산해 일부 작품의 흥행을 기대하는 방식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중소 제작사 입장에서도 IP 확보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오리지널 콘텐츠는 스토리 개발부터 시장 검증까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지만,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IP를 활용하면 서사 자체에 대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AI는 여기에 제작 속도와 비용 경쟁력을 더한다. IP가 이야기와 캐릭터라는 콘텐츠의 핵심을 제공하고 AI가 이를 영상으로 빠르게 구현하는 구조다.

장기적으로는 IP 하나에서 여러 수익 모델을 만들어내는 'IP 생애주기' 사업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웹소설을 AI 만화극으로 제작한 뒤 실사 숏드라마로 확장하고, 시즌제를 통해 후속 콘텐츠를 이어가는 동시에 해외 시장으로 수출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캐릭터 자체가 독립적인 팬덤과 상품 판매를 만들어내는 사례까지 등장하면서 IP 사업 범위는 콘텐츠를 넘어 커머스와 가상 캐릭터 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AI 숏드라마 '여생을 침범한 깊은 사랑(予你深情侵入余生)'의 주요 캐릭터 단옌(段宴), 룽지차오(容寄?), 지촨(季川)은 더우인과 홍궈에서 개인 계정을 개설해 팬덤을 확보했다. 특히 남자 주인공 단옌이 극 중 착용한 팔찌는 캐릭터의 인기에 힘입어 1만개 이상 판매됐으며 총판매액이 100만위안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AI 콘텐츠 속 캐릭터가 단순한 등장인물을 넘어 'AI 아이돌'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결국 2026년 하반기 AI 숏드라마·만화극 시장 경쟁은 '누가 더 많이 만들 수 있는가'에서 '누가 더 강한 콘텐츠 자산을 확보하고 확장할 수 있는가'로 이동할 전망이다. 다만 IP를 확보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흥행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향후 시장에서 진짜 희소한 자산은 단순히 저작권을 보유한 IP가 아니라 독자 데이터로 검증됐고 AI 영상화에 적합하며 시즌제 확장이 가능하고 해외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IP가 될 가능성이 높다.
AI가 콘텐츠 생산 장벽을 낮출수록 생산 능력 자체 희소성은 떨어진다. 반대로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이야기와 캐릭터 그리고 이를 반복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IP 가치는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중국 대형 웹소설 기업들이 8만개 규모 IP를 시장에 개방하기 시작한 것도 이런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2026년 하반기 AI 숏드라마 시장에서 제작사들이 고민해야 할 질문은 'IP가 필요한가'가 아니라 '어떤 IP를 얼마나 빨리 확보하고, 하나의 IP를 몇 개 콘텐츠와 시장으로 확장할 수 있는가'가 될 전망이다. AI가 콘텐츠 제작을 산업화할수록 결국 경쟁 승패를 가르는 것은 기술보다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IP 자산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전자신문과 36케이알이 공동 기획한 기사입니다.
김현민 기자 min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