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벤처투자가 주식·채권을 웃도는 장기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기관투자자의 대체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기관투자자 역시 벤처투자 비중을 유지하거나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만 민간 자금의 유입을 본격화하려면 기업공개(IPO)에 편중된 회수시장을 인수합병(M&A)과 세컨더리 시장으로 넓히고, 장기·분산투자를 유도할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중소벤처기업부는 13일 한국벤처투자와 서울 마포구 SVC서울에서 '민간자금 운용 수단으로서 벤처투자의 재발견'을 주제로 모태펀드 정책포럼을 열었다. 이날 포럼에서는 국내외 벤처투자 시장 동향과 수익성을 점검하고 민간 출자자(LP)의 벤처시장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은 벤처투자의 높은 수익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김채원 블랙록 선임연구원은 “다른 대체자산은 분산효과를 첫 투자 이유로 들지만 벤처투자는 절대수익에 대한 기대가 앞선다”고 말했다. 글로벌 출자자의 81%가 향후 벤처투자 비중을 유지하거나 늘리겠다고 답했으며 기대수익률도 13%에서 14.1%로 높아졌다.
김 선임연구원은 “펀드 결성은 아직 조정 국면에 있지만 실제 투자 시장은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살아나고 있다”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향후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지목했다.
국내 벤처투자 역시 주요 전통자산보다 높은 장기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국내 벤처투자 수익률은 연 9.2%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코스피 5.4%, 코스닥 6.1%는 물론 국채 2.4%, 회사채 3.6%를 웃돌았다.
다만 참석자들은 이 같은 수익성이 실제 민간자금 유입 확대로 이어지려면 무엇보다 '회수'에 대한 불확실성을 낮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IPO에 의존하는 국내 벤처투자 회수 구조를 M&A와 세컨더리 시장 등으로 다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홍석 과학기술인공제회 실장은 “벤처에 투자하고 싶은 자금은 많다”며 “초기 지분을 중간에 사고팔 수 있는 세컨더리 시장이 활성화되면 회수에 대한 부담도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도 “IPO에 쏠린 회수 통로가 M&A와 세컨더리로 넓어져야 벤처 생태계가 함께 성장할 수 있다”며 “모든 데이터를 가진 모태펀드가 앞단에서 창구 역할을 하면 처음 참여하는 기관도 보다 쉽게 시장에 들어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벤처투자의 특성에 맞춰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금을 운용해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단기 성과에 집중하기보다 여러 해에 걸쳐 꾸준히 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안정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주수용 미래에셋자산운용 전무는 “한 해에 몰아서 투자하기보다 여러 해에 걸쳐 나눠 꾸준히 투자하는 것이 장기 성과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노규승 현대자동차그룹 상무는 전략적 투자자의 관점에서 산업 생태계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노 상무는 “수익은 단기적인 판단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며 “로봇·방산·우주 등 제조업 밸류체인을 함께 키우다 보면 재무적 성과는 자연스럽게 뒤따라올 수 있다”고 말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