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촉하는 순간 전기충격”…ICE, 이민 단속에 '전기 장갑' 꺼냈다

2023년 3월 미국 오클라호마시티 구금센터에서 전기충격장갑 '글러브'(G.L.O.V.E)를 시연하는 장면. 사진=AP 연합뉴스
2023년 3월 미국 오클라호마시티 구금센터에서 전기충격장갑 '글러브'(G.L.O.V.E)를 시연하는 장면. 사진=AP 연합뉴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현장 단속에 활용할 수 있는 전기충격 기능의 장갑을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도 이민 단속 과정에서 요원들의 물리력 행사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만큼 새로운 장비의 등장을 두고 시민사회의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미 국토안보부(DHS)가 공개한 조달 관련 자료에 따르면 ICE는 해당 장비 구매를 위해 1000만~2000만달러를 책정할 예정이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142억~284억원 규모다. 장비는 국토안보부 수사국(HSI)과 추방집행국(ERO)에서 근무하는 현장 요원들에게 제공될 계획이다.

액시오스는 같은 날 이 장비가 켄터키주에 있는 컴플라이언트 테크놀로지스가 생산하는 'CTG-5 저출력 전압 발생기(GLOVE)'라고 보도했다.

제품은 장갑을 착용한 사람이 대상자의 신체에 접촉하면 전기 자극을 전달하는 구조다. 업체 자료에 따르면 전기 자극으로 통증을 일으키고 근육의 정상적인 움직임을 방해해 상대방의 행동을 제한하는 용도로 설계됐다.

제조업체는 사용 범위에도 제한을 두고 있다. 단순히 말로 저항하는 사람을 통제하거나 징계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고령자와 아동, 임신부, 심각한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는 사용하지 않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장비를 지급받는 요원들은 사전에 관련 교육을 이수하고 자격을 취득해야 한다. 제조사 기준에 따라 자격을 유지하려면 2년에 한 번씩 재교육 및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시민사회에서는 실제 현장에서 장비가 어떤 방식으로 활용될지를 놓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의 경찰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젠 롤닉 보르체타 부국장은 ICE가 최근 1년 동안 과도한 물리력 행사 문제로 비판을 받아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기충격 기능을 갖춘 장갑이 추가되면 시민뿐 아니라 이민자들의 피해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장갑의 특성상 요원이 상대방에게 전기 자극을 가하는 순간이 외부에서 쉽게 식별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논란의 핵심으로 꼽힌다. 비판적인 시각에서는 현장에서 장비가 규정을 벗어나 사용될 경우 실제 행위자를 특정하거나 사용 경위를 입증하는 일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DHS 측은 이에 대해 ICE 요원들이 현장 충돌을 완화하는 방법과 물리력 사용에 관한 전문 교육을 받고 있으며 관련 훈련도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ICE는 최근 요원의 총격 사건을 비롯해 물리력 행사와 관련한 논란이 잇따르자 현장 인력의 신체 착용 카메라 사용도 확대하는 추세다.

이번 장비 도입 계획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대규모 이민자 추방 정책을 추진하면서 ICE에 대한 인력과 재정 지원을 확대하는 흐름 속에서 나왔다.

최근 미국에서는 공항을 비롯해 이민 관련 절차가 진행되는 장소에서도 단속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ICE의 단속 방식과 현장 요원들의 물리력 행사 수준을 둘러싼 논쟁 역시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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